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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캠퍼스’ 세워 교육했더니 … 생산성 6배 껑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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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지난 13일 멕시코 타마울리파스주 LG전자 레이노사 공장에선 LCD TV를 조립하는 직원들의 손놀림이 분주했다. 이곳에선 2초에 한 대꼴로 LCD TV가 생산된다. 2000년엔 72초에 한 대씩 생산됐다. 생산력 향상의 비결로 LG전자 측은 ‘지속적인 교육’을 꼽았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의 최남단으로 불리는 텍사스주 맥알렌.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40분가량을 달려 미국·멕시코 간 국경을 넘으니 이내 붉은색의 LG 로고가 눈에 들어왔다. 북미 지역에서 판매되는 대형 평판TV를 생산하는 LG전자의 레이노사 공장이다. 이곳은 LG전자 해외 공장 가운데 생산량 1, 2위를 다투는 공장으로, 지난해 LG전자가 소니를 제치고 세계 TV 시장 2위에 오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곳이다.

 “2000년 4억 달러 하던 매출액이 지난해 25억 달러까지 늘었습니다. 직원 숫자는 그대로인데 말입니다.”

 박재룡(53) 레이노사 법인장은 “1인당 생산량을 여섯 배 이상 늘린 혁신이 소니를 제친 비결”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공장을 둘러봤다. 30m 길이의 컨베이어 벨트 위로 TV 패널이 놓이고, 40여 명의 사람들이 양쪽으로 나란히 서서 부품을 조립하는 모습은 여느 공장과 다를 바 없었다. TV 패널 같은 핵심 부품을 한국에서 들여와 완제품으로 조립하는 게 주 업무다 보니 눈에 띄는 공정도 찾기 어려웠다. 의외로 답은 공장 밖에 있었다. 3300㎡ 규모의 ‘스마트 캠퍼스’가 그것이다.

 이곳의 신입 생산직원은 한 달에 220달러(기본급) 정도를 받는다. 중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최종룡(48) 관리부장은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중국 근로자의 숙련도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질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멕시코 중심부와 떨어져 있다 보니 우수한 사무직원을 뽑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직접 교육시키기로 했다. 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강당과 9개의 직능 교육장, 5개의 교양 교육장을 갖추고 업무 능력 교육에서부터 태권도·댄스 같은 문화 교육까지 실시한다.

 레이노사 공장의 또 다른 강점은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는 점이다. 댈러스엔 하루, 뉴욕엔 이틀, 캐나다엔 사흘이면 제품을 보낸다. 자유무역협정(FTA) 덕분에 미국·캐나다뿐 아니라 대부분 남미 국가에 관세 없이 수출한다. 여기에 멕시코 정부가 이 지역을 산업지구로 지정해 완제품 가격에서 부품 수입액을 뺀 수익에 대해서만 세금을 낸다. 1000여 개의 글로벌 기업이 이곳에 공장을 둔 건 그래서다.

 LG전자는 이들 기업 중에서도 손꼽히는 규모를 자랑한다. 이날 공장에서 만난 에베라르도 살리나스 레이노사 시장은 “LG의 경우 협력사 공장까지 동반 진출해 있어 5000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한다”고 말했다. 협력사 동반 진출 모델은 LG전자 입장에서도 생산 비용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레이노사 공장의 마지막 성공 비결은 물류에 있었다. LG전자가 미국의 TV 제조사 제니스를 인수하면서 2000년 LG공장으로 편입되기 전까지만 해도 각종 부품과 완제품은 육로를 통해 미국으로 오갔다. 하지만 지금은 멕시코 서부 연안에 있는 만사니요 항구를 이용한다. LG전자가 2년여간의 조사 끝에 이 항구에서 레이노사까지의 철도 개통 계획을 멕시코 정부에 제안해 관철시켜냈기 때문이다. 덕분에 LG전자뿐 아니라 레이노사 내 다른 기업들도 물류 비용을 30% 이상 절감했다. 2003년엔 빈센테 폭스 당시 멕시코 대통령으로부터 물류 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지난 10일 HE(홈엔터테인먼트) 사업부문장인 권희원(57) 사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세계 3D TV 시장에서 반드시 1위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13일 만난 박재룡 법인장은 “그 꿈을 레이노사 공장이 실현시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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