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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완 전 수경사령관 가족의 비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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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12ㆍ12 사건 때 신군부에 맞섰던 고(故) 장태완 전 수도경비사령관의 부인 이모(78)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7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15분쯤 대치동의 한 아파트 화단에 이씨가 쓰러져 숨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이 아파트 10층 이씨의 집 안방에서는 “미안하다. 고마웠다. 오래 오래 살아라”는 내용의 자필 유서가 발견됐다.

이씨는 2010년 남편이 작고한 뒤 가정부와 함께 살아왔으며 딸이 가끔 왕래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년 전부터 우울증을 앓아 온 이씨는 몇개월 전에도 투신을 시도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씨가 집 창문을 통해 뛰어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씨가 숨지면서 12ㆍ12 사건 때 시작된 장 전 사령관 가족의 가족사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장 전 사령관은 수도경비사령관으로 취임한 지 한 달만에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이끄는 신군부를 반란군으로 규정하고 진압하려다 실패했다. 이후 신군부에 의해 강제 예편 당했다. 장 전 사령관이 보안사에 끌려가는 모습을 TV에서 본 부친은 충격으로 이듬해 4월 별세했다. 82년에는 서울대 자연대에 수석 입학한 외아들이 할아버지의 산소 근처 낙동강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아들의 사인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장 전 사령관은 1994년 처음 자유경선으로 실시한 재향군인회 회장 선거에서 당선돼 6년간 재직했다. 2000년 3월 민주당에 입당해 16대 국회의원(전국구)을 지내기도 했다. 그는 79세이던 2010년 7월 폐암으로 별세했다.

이정봉 기자 mo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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