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내리는 연극 시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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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계에 시연회(프리뷰)문화가 뿌리내리고 있다.

정식공연에 앞서 관객들에게 보이는 일종의 품평회 형식으로 이뤄지는 시연회는 연극담당 기자들과 전문 평론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레스 리허설과는 달리 일반 연극애호가들의 반응을 살피는 작업이다.

'첫 무대부터 1백% 완벽한 작품을 관객에게 선보이겠다'는 극단과 공연기획사들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지만, 이들은 시연회를 통해 작품의 흥행을 가늠하고 미처 살피지 못한 부분들을 보완·수정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

지난달 29일 밤 혜화동 극단 학전 사무실. 극단 대표 김민기씨와 직원들이 28·29일 이틀간에 걸친 뮤지컬 〈의형제〉의 시연회 결과를 검토하는 자리다.

"무대장치가 허술하다" "가난한 주인공 갓난이 의상이 2막에서 너무 화려하다" 시연회를 감상한 관객 3백여명은 인터넷 홈페이지와 설문지를 통해 배우의 작은 몸놀림에서 무대장치에 이르기까지 보완할 부분들을 꼼꼼히 짚어냈다.

극단측은 정식공연까지 남은 이틀간 관객들이 지적한 의상과 무대를 보완하고, 시연회 때는 미처 준비하지 못한 영상슬라이드를 준비했다.

극단의 이양희 기획실장은 "작품들이 대부분 수개월씩 무대에 오르는 장기물이기 때문에 공연중 관객들이 보내주는 평을 토대로 작품을 수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첫 공연과 마지막 공연의 분위기가 확 바뀔때도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시연회를 도입하는 극단들이 최근 늘고 있는 추세다. 시연회는 특히 며칠만에 공연이 끝나는 단기공연에 효과적이다.

지난달 30일 막을 내린 일본 도게자(道化座)극단의 〈행복〉은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28일 하루 연극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시연회를 열었고, 서울시극단은 9월말 세종문화회관 소극장 무대에 오르는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사천의 착한 사람〉 공연에 앞서 이틀간 유료시연회를 한다.

또 공연기획사 라이브플러스는 6일 〈저 별이 위험하다〉 공연을 하루 앞두고 몇몇 연극 동아리 회원과 연극평론가·불우이웃들을 초대해 시연회와 추석맞이 행사를 갖는다.

지난달 동숭아트홀에서 뮤지컬 〈블루사이공〉을 공연한 극단 '모시는 사람들'은 관객들의 공연평을 작품속에 녹이는 극단으로 유명하다.

극단은 대학 연극반 단원들과 문화계 인사, 5년전 초연 당시 관객 등 7백여명을 초대해 대대적인 시연회를 열었고, 정식공연 관객들에게도 설문조사를 하는 등 다양한 계층의 평을 얻었다.

블루사이공의 기획을 맡은 공연기획사 이일공의 우연씨는 "일반 관객들의 수준이 향상되면서 극단과 기획사들이 이들의 평가를 토대로 향후 관객동원을 예측하고 있다"면서 "기획사들은 시연회를 일종의 홍보방법으로 활용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런 시연회는 며칠만에 공연이 끝나는 단기공연에 특히 효과적이다.

5천원정도하는 관람료도 관객의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다.

〈의형제〉 시연회에 참석한 한 대학생은 "학생신분으로 2만원 안팎씩 하는 연극 관람료가 부담스러운게 현실"이라며 "시연회는 값도 싸고 작품에 내 의견을 반영할 수 있어 연극을 공부하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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