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로 안구 움직임 추적 … 라식도 맞춤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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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막의 모양·굴절도를 3차원 입체영상으로 표시.

근시를 교정하는 라식은 인류가 개발한 가장 정교한 시술이다. 상피와 실질 조직으로 구성된 각막 두께는 600㎛ 정도에 불과하다. 라식 시술은 각막 실질 부위의 위쪽 일부를 깎아 절편을 만들고, 그 안쪽을 깎고 다시 덮는 시술이다. 모든 시술 과정이 얇은 각막 두께에서 이뤄져 미세 첨단기술의 꽃으로 불린다.

 하지만 기계가 정밀하다 해도 미세한 오차는 생기게 마련이다. 이는 빛 번짐, 안구건조증 같은 부작용은 물론 굴절력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최근 라식 시술이 한 단계 더 ‘진화’했다. 2012형 신모델로 나온 웨이브프런트 가이디드(wavefront-guided, 일명 아이라식 플러스)가 선두주자다. 개인마다 다른 굴절력 차이까지 보정해 교정시력을 높이고, 미세한 부작용도 줄여준다. 이른바 맞춤식 라식이다. 5년여 전 출시된 웨이브프런트 기기는 시술 시 불가피하게 움직이는 눈동자를 자동으로 추적하는 기능을 더해 근시교정술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

 이번에 나온 신모델은 안구추적을 3D(3차원)로 추적한다. 눈은 평면이 아닌 구형으로 되어 있어 기존 장비로는 미세한 오차가 있을 수 있다는 것. 웨이브 스캔으로 각막 지형 등을 3차원으로 찍어 개인에 따른 굴절 오차를 계산한다.

 각막의 절편을 만들 때도 깎는 방식이 기존 장비와 다르다. 종래 절편 제작 방식은 자르는 가장자리 각도가 28도로 고정됐었다. 하지만 신모델은 경사각을 30~150도로 조절할 수 있다.

 강남성모병원 안과 주천기 교수는 “각막 절편의 가장자리가 쐐기 형태로 접합되면 절편이 외부압력에 의해 밀리거나 떨어지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안구건조증도 줄일 수 있다. 안구건조증은 각막 절편을 만들 때 각막 신경이 잘리면서 눈물샘을 자극하지 못해 나타나는 현상. 지금까지는 수술에 따른 불가피한 문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절삭한 각막이 맨홀 뚜껑처럼 정확하게 봉합되면서 상피세포가 잘 자라고, 신경이 붙으면서 이런 현상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각막 절삭의 개선으로 야간 빛 번짐도 개선할 수 있다. 각막을 깎는 빔의 크기가 다양해 열에 의한 각막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주 교수는 “선명한 시력을 얻는 관건은 각막 절삭면이 얼마나 매끄럽게 잘 붙느냐, 개인차가 있는 굴절력(구면수차)을 잘 보완해 주느냐에 달려 있다”며 “웨이브 가이디드 방식이 지금으로는 가장 최적화된 장비”라고 말했다.

 웨이브프런트 가이디드 방식은 미국 FDA(식품의약국) 허가를 받았다. 미국에서 진행된 임상시험 결과도 만족할 만하다. 시술 1년 뒤 1.0 이상 시력을 얻은 비율이 저·중등도 근시안의 경우 97.7%, 1.25 이상도 70%로 보고되고 있다. 기존 라식 시술은 1년 뒤 1.0 이상 시력을 얻은 비율이 통상 85~90% 선이다.

 단점은 시술비가 비싸다는 점이다. 기존 라식 시술 가격이 100만원 이하로 떨어졌지만 아이라식 플러스는 250만원 선을 유지하고 있다.

 강남밝은세상안과 김진국 원장은 “아이라식 플러스는 수술 시 발생할 수 있는 난시 교정 기능, 개인 눈 상태에 따른 빔의 위치·속도·크기를 디자인하는 장치, 안구의 회전, 동공 크기 변화를 자동 보정하는 기술이 있어 그만큼 검사와 시술이 까다롭다”고 말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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