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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증시 전망] 불확실성 해소됐다 vs 유럽 자금 이탈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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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예고된 악재는 악재가 아니다’. 주식시장 속설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프랑스 등 유로존 9개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했지만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점치는 이유다.

13일 S&P발 악재에도 유럽과 미국 시장은 꿋꿋했다. 미국 다우지수는 0.39% 하락했다.

영국·독일·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 증시도 낙폭이 0.5% 안팎에 그쳤다. S&P는 지난해 12월 초, 유로존 국가를 부정적 관찰 대상으로 지목했다. 3개월 이내 신용등급을 내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원은 “예고된 악재인 만큼 단기 충격에 그칠 것”이라며 “오히려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평가했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이번 신용등급 강등이 글로벌 공조를 강화하고 유럽중앙은행(ECB)의 입장 전환을 유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마음을 놓기 어렵다. 유럽 은행들이 현금 확보에 나서면 국내 증시에서 돈이 대규모로 빠져나갈 수 있다. 외국인은 지난해 12월 21일부터 지난 13일까지 약 2조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연초 랠리를 이끌고 있다. 홍순표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유럽계 자금이 빠르게 이탈하면 시장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커진 것도 불안하다. 13일 그리스 정부와 민간채권단이 국채 교환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그리스는 빚을 50% 탕감하고 남은 50% 중 15%는 현금, 35%는 30년 만기 채권으로 주겠다고 제안했다. 채권단은 빚 50% 탕감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대신 현금은 더 받아내야겠다는 입장이다. 18일 재협상이 예정돼 있지만 양측의 입장이 팽팽한 상황이다.

  다행인 것은 이미 빠져나갈 돈은 대부분 빠졌다는 점이다. 유럽계 투자자들은 현재 국내 증시에 100조원가량을 투자하고 있다. 이 가운데 18조원이 지난해, 그것도 하반기에 대거 빠져나갔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럽계 자금의 ‘대거 인출’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이 조정을 받는다면 이를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부 이사는 “단기 충격으로 시장이 하락한다면 이는 당분간 국내 증시의 저점이 될 것”이라며 “조정 후 반등은 상승세의 출발”이라고 말했다.

이승우 연구원은 그러나 “앞으로 그리스의 디폴트 여부와 2~3월에 집중된 남유럽 국가들의 국채만기 물량이 소화되는지 여부를 지켜보고 신중히 매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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