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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낚시 미스터리 … 물은 왜 위부터 얼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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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호 28면

지구 표면의 4분의 3은 물로 덮여 있다. 왜 그렇게 물이 흔해졌나. 해답은 태초의 우주 공간에 있다. 그 공간엔 수소가 가장 흔했다. 세월이 지나면서 수소들이 뭉쳐 별이 생기고 별 속 온도가 올라가면서 산소를 만들었다. 이 산소가 수소와 결합해 그 많은 물을 만든 것이다.

[김제완의 물리학 이야기] 신비스러운 물

물이 변해 비가 내리고 태풍이 돼 여름철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 그러나 해보다 덕이 많다. 인간은 안 먹고 일주일은 살아도 물을 그렇게 못 마시면 죽는다. 물은 생명수다. 그런 물을 우리는 ‘물 쓰듯’ 한다. 1㎏ 커피를 재배해 마시는 커피를 만들려면 물 2만L가 필요하다. 샤워도 하고 수세식 화장실 등 정말로 물을 많이 쓴다. 아프리카와 인도 대륙에서는 먹는 물 부족으로 전쟁인데….

과학적으로 보면 물처럼 신기한 물질도 없다. 물은 얼음도 되고 수증기도 된다. 액체, 고체, 기체로 공존할 수 있는 유일한 물질이다. 그중 고체가 재미있다.
고체의 한 형태가 겨울에 내리는 눈이다. 함박눈, 싸라기 눈 등 다양하다. 모양의 차이는 땅에서 올라간 수증기가 어떤 온도와 습기 속에서 눈으로 변하는가에 달려 있다. 영하 10도~ 0도에는 바늘 모양이나 프리즘 또는 육각형 평판 모양의 눈이 된다. 영하10도~영하 20도 사이에선 함박눈에 해당하는 나뭇가지 모양이 된다. 여러 개 나뭇잎이 모여 육각형을 만든 모양에 이르기까지 여러 모습이 가능하다.

또 다른 형태가 얼음이다. 추운 겨울 한강에선 물이 언다. 강태공들이 얼음구멍을 뚫고 낚시를 즐긴다. 이렇게 겨울철에도 낚시를 할 수 있는 것은 물이 가진 특이한 성질 때문이다. 물은 0도에 얼음이 된다. 그런데 물의 밀도는 약 4도일 때가 가장 크다. 얼음 밀도가 4도에 가까운 차가운 물보다 가벼워서 얼음은 위로부터 얼게 된다. 그런데 고체가 액체 때보다 밀도가 낮은 물질은 물 외엔 없다. 보통 물질 같으면 아래부터 언다. 우리가 마시는 다른 음료수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물이 보통 액체처럼 밑에서부터 언다면 강물 전체가 아래서부터 얼어붙기 시작해 물고기도 같이 얼어 죽게 된다. 신의 조화로 얼음은 위로 떠 꽁꽁 얼어붙은 한강의 얼음 밑에 물이 흐르고 물고기가 살 수 있기 때문에 강태공들의 낚시가 가능한 것이다.

얼음은 출생부터 신비롭지만 과학적으로도 흥미로운 점이 한둘이 아니다. 빙판 위에 서면 미끄럽고 넘어지기 일쑤다. 왜 얼음은 그렇게 미끄러울까? ‘얼음은 미끄러운 것’이라는 게 너무나 상식적이라 “왜”라고 묻는 게 오히려 이상할지 모른다. 그러나 실제로 얼음이 왜 그렇게 미끄러운지 규명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얼음을 결정 구조로 따지면 일곱 가지 종류가 있다. 각각의 성질을 이야기하기보다 제각기 다르다는 것만 짚고 넘어 가기로 하자. 얼음이 미끄러운 것은 사실 표면에 물이 생기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예를 들어 스케이트를 타면 얼음과 스케이트 날의 접촉면은 큰 압력을 받고 그 부분의 얼음이 녹아 ‘물막’이 생기게 된다. 그런 물막 때문에 얼음이 그렇게 미끄러운 것으로 추정한다.

말이 나왔으니 얼음의 성질도 원재료인 물과 어는 환경에 따라 많이 다르다. 예를 들어 약간의 산을 섞으면 영하 160도에 언다. 수증기가 나노 크기의 두 면 사이에서 응고하면 얼음이 미끄럽지 않고 풀처럼 찐득한 성질을 띠게 된다. 이와 반대로 물에 적당한 전기적 작용을 가하면 실온에서 얼기도 한다.

서울대 강현 교수팀은 주사현미경을 써서 물의 성질을 연구하고 있었다. 주사현미경의 바늘보다도 더 뾰족한 금속침을 전기로 움직이면 얇은 막을 이룬 물분자의 전자적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금속침이 이상한 저항을 받았다. 이를 실온에서 실험 중인 물속에서 주사 현미경 침이 만들어내는 전압 때문에 ‘나노’ 크기의 얼음이 생긴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물이 이런 성질을 나타내는 근본적인 원인은 물분자의 수소 결합이 가지는 특이성에서 온다. 물분자의 화학구조는 H2O이며 수소원자는 (+)로 산소원자는 (-)전기를 띤 상태에서 소위 쌍극자(dipole)를 이루며 결합하고 있다. 그런데 수소 결합은 양자력에 의해 지배되고 진동하는 고유 운동 때문에 물의 밀도가 4도에서 가장 커진다고 생각된다.

물의 과학적 성질에 관한 연구는 프랑스 과학자 앙트앙 라부아지에(1743~1794)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희랍인들의 4원소설에서 주장하는 ‘물이 근본 원소’라는 것을 믿지 않았다. 그래서 물을 분해해 수소와 산소로 구성돼 있음을 보여줬다. 근본 원소가 아님을 증명한 것이다. 그는 외국 태생의 수학자 라그란지 같은 사람들의 권리를 보호했고 세금 징수인으로서 부를 축적했다는 죄목으로 프랑스혁명이 일어나면서 단두대에서 처형되었다. 과학자가 정치적인 이유로 처형되었다는 점은 퍽 드문 일이다. 물의 과학은 그 태생으로부터 색다른 사건을 안고 태어난 신비로운 물질이기도 하다. 요즘 춥다. 얼음도 얼고 눈도 내린다. 그런 걸 볼 때 물의 과학을 생각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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