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j View] 파워스타일 알리안츠자산운용 이원일 대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5면

청바지에 가죽점퍼. 금요일 오후, 서울 여의도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자산운용 사장실에서 만난 이원일(53) 대표는 상당히 캐주얼한 차림이었다. 검은 폴스미스 뿔테안경 ①도 눈에 확 들어왔다. 딸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준 것이라 특별히 아낀단다. 그는 2005년 사장이 되자마자 매주 금요일을 ‘청바지 데이(day)’로 정했다. 크레디리요네증권을 시작으로 20년 가까이 외국계 회사에 근무해서인지, 늘 창의적인 자세가 요구되는 펀드매니저 직업 때문인지 보수적인 분위기는 질색이다. “청바지는 자유의 상징이잖아요. 워낙 비틀스도 좋아했었고 늘 ‘다르게 생각하라’던 스티브 잡스가 떠오르기도 하고. 일단 편하고요!” 즐겨 입는 브랜드는 트루릴리젼과 앤틱데님이다.

 이 대표는 좋고 싫음이 뚜렷한 사람이다. 필기구는 최고급 만년필 대신 20년간 모나미 샤프 ②만 쓴다. 사용감이 좋고 편해서란다. 투자 스타일도 그렇다. 옳다고 믿는 원칙을 지키는 데 타협이란 없다. 자기 분신과도 같은 대표펀드 두 개를 보면 알 수 있다. ‘베스트중소형펀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혹시라도 자만심이 들까 봐 ‘겸병필승(謙兵必勝·겸손하면 무조건 이긴다)’ ‘구시화지문(口是禍之門·입이 재앙의 근원)’이란 격언까지 붙여놨다.

 대형 종목에 비해 시장환경에 민감한 중소형 펀드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02년 미국 나스닥 버블붕괴를 겪으며 없어질 뻔했지만 결국은 지켜냈다. “삼성전자 같은 대형주는 전 세계 모든 펀드매니저들이 들여다보고 있지만, 코스닥업체들을 보는 사람은 50명도 안 돼요. 숨겨진 가치를 믿으면 언젠가 인정을 받고 대형주 수익률을 넘어설 수 있다고 믿습니다.” 지배구조펀드인 ‘기업가치향상펀드’는 중소형 펀드와 일맥상통한다.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지배구조가 취약한 대신 정치적 파워가 덜 세서 개선의 여지가 많다. 그는 일일이 오너들을 만나 때로는 논쟁하고, 압력을 넣고, 컨설팅을 하고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가치를 높인다. 10년 넘게 쌓아온 자신만의 노하우다. 깐깐하기로 유명한 독일 알리안츠 본사가 이례적으로 큰 재량권을 주는 것도 이런 점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올해야말로 기업 지배구조가 선진화되는 원년이 될 것으로 본다. 세계 업계지도가 개편돼 인수합병(M&A)이 잦아지면 지배구조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식운용은 결코 지겹지 않아요. 다이내믹함과 스트레스를 즐기는 편이거든요. 스키를 타도 최고 속도로 질주하죠.” 실제로 매일 착용하는 커프스 ③에조차 ‘BUY(매수)’ ‘SELL(매도)’ ‘RISE(상승)’ ‘FALL(하락)’ 등 증시 용어와 차트가 그려져 있다. “그래도 스트레스를 받으면요? 감성적이고 열정적인 임재범 노래를 듣거나 직원들과 토론하면서 풀어요. 괴롭히는 거죠. 하하하.”

글=이소아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