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스타] 800m의 사나이 - 윌슨 킵케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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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불운은 없다.'

마이크 존슨(미국)이 400m를 위해 태어났다면, 윌슨 킵케터(덴마크)는 800m를 위해 태어났다.

800m에서만 5번의 세계기록 경신, 세계 육상 선수권 3연패(連覇), 28연승의 무적행진을 벌이고 있는 킵케터는 그러나 올림픽에만 나서면 '억세게 운 없는 사나이'가 되고 말았다.

원래 킵케터는 케냐 출생. 그는 92년 바로셀로나 올림픽에 앞서 열린 케냐 국내 선발전에서 1위를 차지하며 금메달의 전망을 밝게 했었다.

현재 세계 육상의 중장거리를 휩쓸고 있는 케냐는 국내 대표로 선발되는 것이 국제대회 메달보다도 더 어려운, 마치 우리 여자양궁과 같은 실정이다.

그러나 어이없게도 킵케터는 바로셀로나 올림픽 직전 말라리아에 걸리고 말았고, 결국 올림픽 출전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95년 킵케터는 덴마크의 러브 콜을 받아들여 국적을 변경했는데, 이것이 다시 그의 올림픽 금메달을 가로막았다.

킵케터의 국적 변경을 괘씸하게 생각한 케냐는 그의 국적변경 요청에 동의하지 않았고, 결국 킵케터의 올림픽 출전은 다시 한번 좌절되고 만다.

97년 국제육상경기연맹의 구제로 덴마크 국적이 인정되기 시작한 킵케터는 '의기양양' 8월 24일 독일 퀠른에서 열린 세계 육상 선수권에서 1분 41초 11로 다시 세계 신기록을 경신했다.

킵케터의 질주는 계속되고 있다.

올해 2월 7일 독일 슈트트가르트에서 열렸던 실내 육상대회 1천m에서 킵케터는 알제리의 영웅 누레딘 모르셀리가 세웠던 세계기록을 8년만에 경신했고(2분 15초 25), 2주후에는 다시 0.29초를 줄여놨다.

세번째 금메달 도전, 킵케터는 시드니에서 그동안의 한을 모두 풀겠다는 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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