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추운 겨울, 건강을 위해 신나게 놀아봅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2면

지난 11일. 전날까지도 포근했던 강원도 평창은 체감온도가 영하 10도를 웃돌고 찬바람이 패딩 점퍼를 뚫고 들어올 만큼 강추위가 몰아쳤다. 그러나 드넓게 펼쳐진 하얀 설원 위에는 아이들 한 무리가 추운 줄도 모르고 스키 배우는 재미에 푹 빠져있었다. 자꾸만 넘어져도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까르르, 까르르’ 웃는 모습이 마치 천사를 보는 듯 했다. 몇몇의 아이들이 수십번이나 넘어지고 코 끝이 루돌프를 연상시킬 만큼 빨갛게 상기돼서야 하얀 입김과 함께 가쁜 숨을 몰아 쉬며 눈 밭에 털썩 주저 앉았다. 이제 지쳤나 싶었지만 금세 활기를 되찾은 아이들은 또다시 스키 장비를 챙겨 리프트로 향했다. 칼바람이 몰아치는 강원도의 강추위도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스키 체험은 막을 수 없었다.

단국대 스키캠프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영하의 추운 날씨 속에서도 활기찬 모습으로 스키를 배우고 있다. [사진=단국대 제공]

 단국대학교(총장 장호성)가 매년 동계 방학을 이용해 개최하고 있는 ‘어린이 스키캠프’에 46명의 어린이들이 참가해 8일부터 11일까지 강원도 평창 휘닉스파크에서 스키를 배우며 설원의 낭만을 만끽했다. 일종의 건강캠프로 알려진 단국대 어린이 스키캠프는 여느 캠프와는 다른 특별한 무언가가 있었다. 일반 어린이들은 물론 천식을 앓고 있는 소아 환자와 장애아동들이 함께 참가하는 통합교육형 ‘건강캠프’라는 것. 이번 스키캠프에도 3명의 천식 소아환자와 6명의 장애아동들이 참가해 휘닉스파크 스키장에서 3박4일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단국대에 따르면 지난 1996년 천식을 앓고 있는 소아환자들에게 자신감과 독립심을 키워주고 사회화 교육을 돕는다는 목적으로 동계, 하계 방학을 이용한 건강캠프를 기획했다. ‘건강캠프’라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 초기에는 ‘어린이 천식캠프’라는 이름으로 평소 가정과 학교 내의 체육활동에서 배제됐던 천식 소아환자만을 대상으로 캠프가 운영됐다. 천식환자의 경우 감기에 걸리면 천식이 악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기온이 낮아도 스키장처럼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곳이면 면역력 증대에 효과가 있기 때문에 건강캠프가 오히려 천식 소아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특히 천식캠프는 단국대 스포츠과학연구소와 단국대병원이 함께 스키와 스노보드 강습 등 천식 소아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체육활동을 구성하고 어린이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해 야외 활동이 자유롭지 못했던 아이들에게는 그 어느 행사보다 특별한 행사로 인정받게 됐다.

 또 단국대는 점차 천식캠프의 호응도가 높아지자 기존의 캠프 대상자였던 천식 소아환자뿐 아니라 소아 당뇨를 앓고 있는 어린이나 장애아동들까지 참여할 수 있도록 캠프의 규모를 확대했다. 체육활동과 식단 등 캠프 프로그램 역시 보다 체계적이고 안전한 캠프가 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 시켰다.

 실제 3박4일 동안 이번 스키캠프에 참가한 어린이들은 스키·스노보드 강습 외에 건강을 다질 수 있는 산책과 체조 등의 체육활동을 병행했으며 부모님께 사랑의 편지쓰기, 촛불의식 등 인성을 바로 세울 수 있는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이와 함께 응급상황을 대비해 단국대병원에서는 인력과 의약품을 지원했으며 단국대 체대·의대 학생들로 구성된 자원봉사자 36명은 어린이들의 안전을 책임졌다. 또 소아환자들 중 알레르기 체질 때문에 식사에 어려움을 겪는 어린이들을 위해 스키캠프를 이끌고 있는 이석준 교수가 집에서 직접 별도의 식단을 꾸려오는 등 야외 활동이 어려웠던 어린이들이 모처럼 마음껏 눈 밭에서 뛰어 놀 수 있는 여건을 갖춰 캠프를 운영했다.

 단국대 체육대학 이석준 교수는 “매년 겪는 일이지만 캠프 첫날에는 비장애학생들이 장애학생이나 천식 소아환자의 옆에 가는 것을 꺼려해 항상 똑같은 걱정을 하게 된다”며 “그러나 채 하루도 지나기 전에 비장애학생들과 장애학생들은 그 누구보다 친한 친구 사이가 돼 서로 의지하며 캠프 생활에 적응해 간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천식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은 자신들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하다고 생각하지만 캠프가 진행되는 동안 자신보다 더 어려운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생활하는 장애학생들에게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며 “매년 캠프를 운영하면서 가장 큰 보람은 이처럼 통합교육을 통해 장애학생이든 비장애학생이든 어떠한 병을 앓고 있는 학생이든 모두가 서로에게 부족한 것을 채워주고 넘치는 것은 나눌 줄 아는 지혜를 얻어간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어린이 스키캠프에 자원봉사자로 참가했던 대학생들은 졸업을 한 후에도 각종 기념품을 협찬하거나 직접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등 스키캠프와 맺은 소중한 인연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며 자원봉사의 참뜻을 몸으로 실천하고 있다.

평창=최진섭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