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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 변기 위에 발 딛고 올라가 볼일" 항의받고…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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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시드니의 맥쿼리 대학이 화장실에 설치해 놓은 수세식 좌변기 사용법 포스터. 화장실 좌변기 칸 안쪽 문에 붙어있다.[사진=호주 데일리 텔레그래프 웹사이트]

30~40년전만 해도 한국 화장실의 주류는 ‘푸세식’으로 불리는 재래식 좌변기였다. 쌓아놓은 인분을 퍼내 퇴비로 활용하는 전통 방식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당시 수세식 좌변기는 부자 집이나 쓰는 첨단 시설이었다. 그래서 수세식 화장실에 익숙지 않은 시민들이 화장실을 고장냈다는 에피소드가 신문 기사로 등장하기도 했다.

호주에선 이런 일이 최근까지 발생했던 모양이다. 수세식 화장실 사용법을 잘 모르는 해외 유학생들을 위해 시드니 맥쿼리 대학이 만든 화장실 사용법 안내 포스터가 화제라고 현지 신문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12일 보도했다.

안내문은 화장실 내 좌변기 칸 안쪽 문에 붙어있다. 영어를 모르는 사람도 이해하기 쉽도록 그림으로 친절하게 좌변기 사용법을 설명한다. 그림은 먼저 올바른 좌변기 앉는 법을 제시했다. 변기 위에 발을 딛고 올라가거나 땅바닥에 쪼그려 앉아 볼일을 보는 건 잘못된 것으로 명시했다. 여성의 경우 생리대는 변기가 아닌 휴지통에 버리라고 조언했다. 변기 앉기, 휴지 사용 및 처리, 물 내리기, 손 씻기 등 핵심 과정을 화살표로 따라가며 볼 수 있도록 했다.
안내문은 수세식 화장실 사용에 익숙지 않은 유학생들을 위해 만든 것이다. 15개월 전 이 대학 화장실 청소를 담당하는 용역업체는 대학 측에 문제를 제기했다. 맥쿼리대 대변인은 “청소업체로부터 ‘일부 학생들이 변기 위에 발을 딛고 올라가 볼일을 본다’는 항의를 접수했다”며 “업체는 위생과 보건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고 포스터 제작 이유를 설명했다.

대학은 포스터를 만들며 학내 해외 유학생 모임과 협력했다. 이들로부터 포스터에 들어가야 할 정보가 무엇인지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포스터가 설치된 뒤 화장실을 잘못 사용하는 경우는 사라졌다.

이민자들이 위생을 배워야 한다는 발언을 해 비판을 받은 호주 야당 대변인 테레사 감바로.[사진=데일리 텔레그래프]

이 보도는 호주의 야당 정치인이 이민자들의 위생상태를 비하하는 듯한 말을 한 뒤 알려져 호주 사회에서 더 눈길을 끌었다. 호주 자유당 대변인 테레사 감바로는 최근 “취업비자로 호주에 온 이민자들에겐 위생을 가르쳐야 한다”며 “이민자들은 데오드란트(체취 제거제) 사용법과 줄을 서 기다리는 인내를 배워야 한다”고 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호주 시민들로부터 인종차별적 발언이라며 거센 비난에 직면하자 감바로는 결국 이번 주 초 공식 사과했다. 감바로가 속한 호주 자유당 역시 11일 감바로의 말이 도를 넘어섰다며 호주 국민과 이민자들에 사과하는 공식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감바로는 “예의에 어긋날까 입 밖으로 잘 꺼내지 못하지만, 이민자가 다른 동료와 일하면서 생각해야할 우리 사회의 통상적 규범에 관해 이야기 한 것”이라며 “위생 습관의 문제는 그 일부분일 뿐”이라고 발언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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