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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출근 1000억원대 청년갑부 알고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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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게임빌’ 송병준 대표

출퇴근은 지하철로 한다. 점심은 회사 건물 지하 식당에서 동료들과 먹는다. 매일 새벽 여섯 시 전에 일어나 집 근처 수영장으로 향한다. 1000억원대 청년 갑부, 하지만 일반 직장인과 다를 바 없는 일상을 고수하는 사람. 국내 최대 모바일게임업체 게임빌의 송병준(36) 대표다.

 송 대표는 게임빌의 주식 1286억원어치(지분율 34.08%·지난해 말 기준)를 가졌다. 재벌닷컴이 꼽은 만 45세 미만의 젊은 부호 중 40위다. 2007년에는 미국 비즈니스위크지가 선정한 ‘아시아 최고의 젊은 사업가 25인’에도 뽑혔다. 이런 그의 ‘발’은 기사 딸린 중형차가 아니라 대중교통이다. 아침이면 지각이라도 할까, 지하철 구로디지털단지역에서부터 회사로 달려가는 송 대표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주변의 직원들도 덩달아 걸음이 빨라진다고 한다.

 그는 과시성 소비를 철저히 피한다. 별명이 ‘청교도’일 정도다. 골프 대신 탁구와 수영, 스쿼시로 체력을 다진다. 친구들과 만나면 삼겹살이 단골 메뉴다. 해외 출장 때에는 비행기 일반석을 이용한다. 송 대표는 “2000년 사무실도 없이 학교 전산실에서 게임빌을 시작했다. 친구 열 명과 고생을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졸업했다. 1996년 서울대 최초의 벤처창업동아리를 만든 주인공이다. 그는 “어려울 때의 초심을 잃지 말자는 뜻도 있으나, 기본적으로 게임 사용자와 동일한 경험을 쌓지 않고는 소비자의 마음을 읽을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송 대표가 지하철을 애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장 동향과 소비자 욕구를 파악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그는 “사람들이 게임을 가장 많이 하는 공간이 바로 지하철”이라고 했다. 게임에 몰두하는 사람들 모습을 보며 새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이다. 국내에서 출시되는 대부분의 모바일게임을 직접 해보는 것도 같은 이유다. ‘보통 사람’의 눈높이, 경쟁사 개발자들의 생각을 읽은 뒤 그보다 딱 반보 앞선 컨셉트의 게임을 내놓는다.

그렇게 대성공을 거둔 것이 2003년 출시한 ‘놈’ 시리즈다. 휴대전화기는 PC와 달리 이리저리 돌려 쥘 수 있다. 이에 착안해, 게임 주인공의 진행 방향에 따라 화면을 180°, 90°단위로 돌리며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송 대표는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전, 휴대전화 화면과 키패드를 문지르며 즐기는 게임 ‘문질러’를 내놓은 것도 터치폰 트렌드를 앞서 구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7년 시장 흐름을 잘못 읽어 위기를 겪기도 했다. 다행히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을 통해 세계 시장의 문을 두드릴 수 있게 됐다. 덕분에 지난해 54%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가 스마트폰 맹신자인 것은 아니다. 외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느라 책 보는 시간이 줄어든 것을 매우 안타까워한다. 송 대표는 “어느 새 모바일 게임업계의 맏형이 됐다. 후배들에게 힘이 되고 싶다”고 했다. 외부 개발사에서 만든 게임 30여 개를 해외 시장에 직접 퍼블리싱하려는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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