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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끼던’ 중국 IT, 삼성·LG 턱밑까지 쫓아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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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에서 11일 중국 전자업체 레노보 직원이 노트북과 태블릿PC를 결합한 제품 ‘아이디어 패드 요가’를 선보이고 있다. 노트북 화면을 뒤로 완전히 젖히면 태블릿PC로 변신한다. 중국 전자업체들은 뜻밖의 혁신적 아이디어로 주목을 받았다. [라스베이거스 신화=뉴시스]

11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소비자 가전전시회(CES) 현장. 센트럴홀에서 가장 규모가 큰 삼성전자 전시장 바로 옆에 중국 가전업체 하이센스의 전시장이 있다. 하이센스는 중국에서 3~4위를 다투는 종합 전자업체다. 전시장엔 스마트TV와 3D(3차원) TV가 전시돼 있다. 스마트TV는 외관과 사용자 환경(UI)은 물론 ‘스마트’란 영문 로고까지 국내 업체와 닮았다. LG전자 부스 인근에 위치한 중국 가전업체 하이얼의 고급 양문형 냉장고는 보석이 박힌 디자인과 색깔이 국내 기업 제품과 유사했다. 함께 부스를 둘러본 LG전자 관계자는 “국내 업체가 생산하는 모든 제품을 (중국 업체들이) 다 생산한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CES에 참석한 국내 기업인들이 “소니와 노키아를 제치니 레노보와 화웨이가 턱밑까지 쫓아왔다”며 긴장하는 이유다.

 중국 기업의 기술력과 디자인은 아직 한국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하지만 ‘단순 카피’의 수준은 넘어섰다는 평가다. 화웨이는 이번 행사에서 세계에서 가장 얇은 스마트폰 ‘어센드 P1S’를 내놨다. 몸체 두께가 6.68㎜에 불과하다. 레노보는 노트북 화면을 360도 젖히면 태블릿PC가 되는 ‘아이디어 패드 요가’를 발표했다. 안드로이드 4.0 운영체제를 적용한 55인치 TV K91로 TV시장까지 넘본다. 음성 컨트롤부터 스마트폰을 리모컨으로 사용하는 것까지, 기능도 한국 제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기술의 시간 격차가 크게 좁혀진 것이다.

 중국은 특히 휴대전화 시장에서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화웨이는 지난해 1분기만 해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존재감이 없었다. 그러던 것이 2분기에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2.7%, 3분기에는 4%로 영향력을 확대했다. 모토로라와 같은 점유율이며, LG전자(3.7%)보다 많이 팔았다. 다른 중국 업체 ZTE도 마찬가지다. 2010년 존재가 미미하던 ZTE는 지난해 1분기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4%로 이름을 알리더니 2.3%(2분기), 3.2%(3분기)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피처폰(일반폰)과 스마트폰을 합친 전체 휴대전화 점유율은 4.8%로, 어느새 노키아·삼성·LG에 이어 세계 4위 업체가 됐다.

 레노보도 올해 CES에서 스마트폰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인텔과 손잡고 첫 제품 K800을 발표했다. 레노보는 IBM의 컴퓨터 부문을 인수한 업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올 상반기 중 우선 중국에서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중국 업체 약진의 뒤에는 든든한 내수시장이 있다. 중국 이동통신사 차이나모바일의 가입자는 6억 명에 달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내수에 치중하면서도 꾸준히 대형 전시회에 아이디어 상품을 내놓는 중국 업체들을 보면 5~6년 전 한국 업체의 모습이 떠오른다”고 했다. 실제로 2005년까지 소니 같은 업체를 베끼는 데 급급하다는 평을 듣던 삼성전자는 2006년 CES에서 보르도TV를 내놓으며 평판 TV 시장을 선도하기 시작해 결국 세계 1위 기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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