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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선의 ‘여자란 왜’] 결혼이 그대를 변하게 할지라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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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임경선
칼럼니스트·『어떤 날 그녀들이』 저자

내게는 서른 중·후반 미혼 여자후배들이 참 많다. 나는 그녀들의 결혼에 대해 관심이 참 많은데, 단순히 어떤 짝꿍을 만나느냐보다 그토록 자아와 개성이 강한 여자들이 결혼 후 과연 변할지, 또 변한다면 어떻게 변할지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서른 중·후반쯤 됐다면 이미 정신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독립적인 존재다. 물리적인 생활에 큰 불편이 없는 그녀들은 ‘조건’보다 ‘사람’ 자체를 볼 수 있는 여유와 혜안이 생긴다. 그리고 ‘조건’ 대신 ‘사람’을 착하게 택한 대가로 지금의 나를 온전히 보존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나 결코 변할 것 같지 않던 ‘지금의 나’는 결혼 후 ‘드라마틱’하게 변한다. 노산 걱정에 아이도 빨리 가지니 나를 지탱하기보다 주변을 향한 보살핌 노동이 먼저다. 공정한 가정 내 분업을 바라도 ‘벌이가 더 낫다고 당당해지는 거냐’는 듯한 남편의 시무룩한 눈빛을 볼까 봐 스스로 적응하고 변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적으로 돌리는 건 너무 고통스럽고, 그렇지 않아도 남자를 변화시키는 건 너무 어렵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혹자는 남편과 ‘공평’해지기 위해 벌이를 포기한다. 전통적인 남녀의 분업을 통해 평화와 형평성을 유지한다 해도 외벌이로 인해 당장의 삶의 질이 낮아지는 변화는 또 어쩌랴.

 그래서 우리는 그녀들에게 “결혼해 봐야 별거 없다. 그 나이쯤이면 차라리 혼자 살아라”고 말한다. 그것은 사실상 “‘별거’가 너무 많다”의 반어법적인 표현일 것이다. 또 “너 감당할 수 있을 것 같니”라고 묻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말하면 “꼭 한 번 해 본 인간들이 그런 소릴 한다”며 나무라는데 참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이혼율이 떨어지고 미혼율이 높아지는 걸 보면 꼭 흘려듣는 것만도 아닌 것 같다.

임경선 칼럼니스트·『어떤 날 그녀들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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