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OPEC 50만배럴만 증산 촉구'

중앙일보

입력

석유수출국기구(OPEC) 의장국인 베네수엘라는 내달 10일 열리는 빈 석유수출국기구(OPEC) 총회에서 석유 증산량을 하루 최대 50만배럴 이내로 제한, `유가밴드제'를 고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회원국들에게 촉구할 것이라고 분석가들이 전망했다.

석유시장 분석가인 카를로스 페브레스는 29일 'OPEC(와 베네수엘라)는 원유 소비국들의 압력을 이겨낼 능력을 보여줄 것이며, 현 가격정책의 기반인 유가밴드제 전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가밴드제는 유가가 시장개장일 기준 20일 연속 배럴당 28달러를 넘을 경우 OPEC가 하루 50만배럴을 증산, 가격 인하를 유도한다는 전략이다. OPEC는 알리 로드리게스 OPEC 의장겸 베네수엘라 석유장관의 제안에 따라 지난 6월 회의에서 이 유가밴드제를 승인했다.

OPEC 유가는 29일 현재 배럴당 31.22달러를 기록, 11일 연속 유가밴드제의 상한선인 28달러를 상회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러나 로드리게스 장관은 고유가를 부추기는 요인은 석유시장의 투기성향, 소비국의 세금, 정유공장의 병목현상 등이지 OPEC 때문이 아니라면서 현실적으로 석유 공급량이 부족한 상태가 아니라고 완강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게다가 로드리게스 장관이 하루 50만배럴 이상 추가 증산에 반대하는 데는 베네수엘라의 국내 사정도 한 몫하고 있다.

석유생산을 독점하는 국영 PdVSA는 석유생산능력이 한계에 달해 거의 증산 여지가 없으며, 우고 차베스 대통령 신정부는 경제개혁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국민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오일달러가 절박한 형편이다.

한편 석유 소비국들은 걸프전 이래 최대치를 기록하며 배럴당 30달러선을 맴돌고 있는 유가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하루 50만배럴의 추가 공급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주장하며 더 많은 증산을 요구하고 있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유럽연합(EU), 호주 정부는 고유가는 세계 석유시장의 수요를 경감시키고, 아시아의 경제회복에 타격을 줄 것이라면서 베네수엘라와 OPEC 회원국들에게 실질적인 증산을 촉구하고 있다.(카라카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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