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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체험 활용해 자기소개서·면접서 좋은 평가 받은 학생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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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장점은 다양하다. 여러 가지 간접 경험이 가능하고 꿈과 진로를 찾기도 한다. 독서로 얻은 내용은 고교 자기주도전형과 대입 입학사정관제에서 지원자의 비전을 설명하는 적절한 도구로도 쓰인다. 책을 통해 꿈을 찾고 입시에서 성공한 세 학생의 향후 진로와 합격 비결을 들어봤다.

글=김슬기 기자, 사진=최명헌 기자

■박민주=일산 주엽고 3학년 학생으로 어릴 때부터 검사를 꿈꾸며 좋은 로스쿨을 가면 법조인이 될 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다. 박양은 고3이던 지난해 『성폭력 뒤집기』라는 책을 보고 성폭력 전담검사로 직업을 구체화했다. 국내 성폭력 실태와 피해 여성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을 알고 나서 성폭력 문제를 직접 해결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 박양은 “성폭력이 여성뿐만 아니라 동성 간이나 남성에게도 문제가 된다는 것을 알았다”며 “독서를 통해 검사에 대해 막연히 갖고 있던 동경이 사라지고 ‘내가 어떤 검사가 돼야겠다’는 고민을 진지하게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은 해당 서적을 찾아 읽을 만큼 한국고전·철학·역사책을 좋아했다.

독서 중에도 수업시간에 배웠던 내용이 나오면 포스트잇을 붙여 관련 내용이나 느낀 점을 적어 보았다. 이 같은 습관은 고려대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큰 도움이 됐다. ‘무역을 단절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 같은가’라는 질문을 받고 『국사시간에 세계사 공부하기』라는 책을 이용해 답변했다. 이 책의 내용을 전제로 무역이 단절되면 흉흉한 경제 상황을 틈타 독재가 등장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화 운동의 역사를 가진 국민들은 독재를 물리치고 무역 정상화를 이끌어 낼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박양은 “그동안 읽었던 책 내용을 바탕으로 답을 한 게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최정수=서울 석촌중 3학년이다. 6~7살 때부터 과학책을 읽으며 과학에 흥미를 느꼈다. 최군은 과학 잡지에서 아시모·휴보와 같은 국내외 로봇 기사를 보고 진로를 로봇공학자로 정했다. 최군은 “최신 로봇 동향을 전해준 과학 잡지 덕분에 내가 일하고 싶은 분야를 확실히 알게 됐다”고 말했다.

처음 과학책을 읽을 때는 모르는 용어와 설명에 답답했다. 하지만 독서량이 쌓이자 어렵던 과학이론이 점점 재미의 대상으로 바뀌었다. 그는 어려운 이론 책을 읽고 나면 『과학콘서트』처럼 쉽게 풀어 쓴 과학책을 번갈아 보는 독서법을 택했다. 책을 읽다가 모르는 부분은 반드시 학교 과학 선생님께 질문했다.

독서는 자연스럽게 선행학습으로 이어졌다. 그는 초등학교 때 이미 양자이론을 접할 만큼 중학교 교과 과정에 나오는 과학 원리들을 책을 통해 배웠다. 최군은 “책을 읽지 않았다면 처음 배우는 과학이론 앞에서 당황했겠지만 다량의 독서로 과학원리를 반복 학습한 덕에 공부가 한결 수월했다”고 말했다. 그는 수학·과학 분야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다양한 독서활동을 인정받아 2012년도 한성과학고 자기주도학습 전형에 합격했다. 최군은 “독서가 가져다준 간접경험은 나의 진로를 밝혀준 가장 큰 선물”이라며 “로봇공학자가 돼서 외국의 유수 로봇 못지않은 대한민국 대표 로봇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임채리=서울 영훈국제중 3학년인 임양은 2학년 때 존 그리샴의 『시어도어 분(Theodore Boone)』이란 원서를 읽고 국제통상 변호사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 후 ‘내가 왜 국제통상 변호사가 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얻기 위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를 했다. 변호사의 인성을 기르기 위해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읽었고 『도가니』를 보며 법조인의 양면성을 살폈다.

추상적으로 보였던 법조윤리의 모범을 찾기 위해 한국 고전 『목민심서』를 탐독했다. 임양은 “독서를 하면 자신의 관심 분야가 보인다”며 “막연하게 ‘이게 좋은 직업이야’라고 했던 생각이 책을 통해 확신을 얻는 과정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책을 읽을 때는 빨리 읽는 것보다 꼼꼼히 읽는 쪽을 택했다. 1주일 중 4일간은 책을 읽고 3일간은 관련 자료를 찾아보며 책의 내용을 다각적으로 이해하려 했다. 예를 들어 『도가니』를 읽은 후에는 관련 기사를 찾아보거나 영화나 시사 프로그램을 보면서 독서를 체득하는 식이다. 또 각각의 독서가 끝날 때마다 독후감을 쓰고 스크랩한 자료를 모아 컴퓨터에 저장했다. 이 같은 그의 종합적인 독서 방식은 외고 입시에서 이점으로 작용했다. 임양은 “다른 아이들은 자기소개서 마감일에 임박해 책을 읽기 바빴는데 그동안 정리해놓은 독서 자료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며 “이번 겨울방학에는 『법조윤리』를 읽으며 판·검사의 윤리와 의뢰인들의 권리에 대해 알아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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