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실험으로 과학원리 터득

중앙일보

입력

고규홍 Books 편집장

아이야, 이제 여름방학이 모두 끝났다. 지난 여름 방학은 얼마나 재미있게 보냈니? 이제 다시 학교 공부에 열심해야 하는 시절이 왔구나. 다행히 무더위는 한 풀 꺾이는 것 같구나. 학교 공부 가운데에 어떤 과목이 제일 재미없니? 혹시 재미없는 과목 가운데 과학이 들어있지나 않은 지 모르겠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 좋아하는 과목과 싫어하는 과목이 따로 있는 법이지. 그런데 때로는 그 과목을 배우는 방법이 잘못 돼서 어려워하고, 재미없어 하는 경우도 많아. 이를테면 과학이 그런 과목 가운데 하나지.

과학이라는 걸 어려워 하는 친구들이 많지? 사실 과학은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현상들을 설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재미없어 할 게 아니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을 재미없어 하게 되는 것은 과학의 갖가지 법칙들을 그냥 외우기만 하는 걸 과학 공부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아이야, 새로 나온 책 〈척척박사 과학교실〉(믹 매닝, 브리타 그랜스트룀 지음, 장연주 옮김, 김영사 펴냄)은 우리 생활 속에서 만날 수 있는 갖가지 실험을 통해 과학의 원리를 깨우쳐 가도록 만들어주는 책이야.

과학을 더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 책들은 적지 않아. 마음만 먹으면 정말 좋은 책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지. 얼마 전에 우리가 함께 본 〈세포여행〉(프랜 보크윌 지음, 믹 롤프 그림, 한현숙 옮김, 승산 펴냄)등이 있는〈세포와 우리 몸〉시리즈도 어려운 생물과학의 원리를 쉽게 설명한 좋은 책이었잖니.

학교에서 배우는 과학 수업이 무조건 잘못됐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어. 하지만, 여러 친구들이 함께 실험을 통해 과학의 원리를 배우는 데에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게 우리 학교 교육의 현실인 것 같아. 실험을 통해서 우리 생활 주변의 일들의 과학적 원리를 직접 바라보는 일은 무척 재미있는 일인데, 그냥 과학의 주요 법칙들을 외우는 데에만 시간을 쏟으니 재미가 없는 법이지.

예를 들면, 텔레비전 프로그램 중에 너희들이 궁금해할 만한 문제를 다양한 실험으로 설명하는 게 있잖아. 그건 너도 참 재미있어 하잖니? 과학에 재미를 붙이는 건 생활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아주 작은 현상에도 호기심을 갖고 실험을 해 보고, 그 실험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을 곰곰 생각해 보는 것에서 시작하는 거야.

이 책이 바로 그런 재미있는 실험들로 이루어져 있는 책이야. 이 책이 나오기 전에도 여러가지 실험들을 통해 과학의 원리를 배워나가도록 만든 어린이 책은 꽤 많지. '빛' '물' '공기' 등으로 분류한 〈마이 사이언스 북〉(한길사 펴냄) 역시 좋은 과학 실험 책이지. 굳이 이 책이 그 많은 과학 실험 책들 중에 가장 좋은 책이라고 소개하는 것은 아니야. 단지 이 책은 너희들같은 초등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과학의 범위에 벗어나지 않는 알기 쉽고, 실험하기 쉬운 것들 위주로 만들어졌다는 거야.

몇 가지는 어른들과 함께 해야 하는 실험들이지만, 대부분은 너희들 스스로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실험들이면서도, 그 실험의 결과들을 꼼꼼히 기록하고, 잘 생각해 보면, 너희들이 학교에서 배운 과학의 원리들을 깨우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는 판단이 드는 거야.

케첩과 식초와 모래, 탄산수소나트륨을 이용한 화산 폭발 실험은 당장에 한번 해 보고 싶은 실험이구나. 어떻게 탄산수소나트륨으로 만든 모래 산 한 가운데의 병 안에 든 케첩과 식초가 화산처럼 폭발하게 되는지 궁금하잖아. 또 레몬 주스를 이용해 헌 동전을 새 동전으로 둔갑시키는 실험은 어렵지도 않고, 해 볼만 하지 않겠니?

아이야, 어린 시절 이야기가 생각난다. 아마 너보다 훨씬 어렸을 때 이야기야. 어느 잔치집에 갔었는데, 그때 설거지를 하시던 아주머니들이 스테인레스 재질로 된 그릇 두개가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다며 애쓰시는 장면을 보고, 내가 안쪽에는 찬 물을 넣고, 더운 물 위에 두겹이 된 그릇을 넣어보시라고 했던 적이 있어. 그건 당시의 어린이 잡지에서 봤던 이야기였거든. 아주머니들은 너무 쉽게 떨어지는 걸 보며 깜짝 놀라셨지.

네가 생각하면 별 것 아니겠지? 좋아. 이 책에도 그와 비슷한 실험이 있더구나. 병의 뚜껑이 잘 안 열릴 때의 대책 말이야. 역시 뚜껑 쪽을 더운 물에 담가두면 뚜껑이 팽창해서 쉽게 열 수 있다는 거지.

이 책에 나오는 실험들은 이렇게 생활에 아주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것들이야. 물레방아를 만들고, 잠수함의 원리를 알아보기 위해 공기 압력 실험을 하고, 또 자전거의 기어를 조작하면서 페달과 바퀴의 돌아가는 회전 수의 관계를 계산해 보고, 햇빛 쨍쨍한 날 무지개를 만들어보고…….

그런 실험 중에 반드시 빠뜨리지 말아야 할 것이, 실험 일기를 쓰라는 거다. 이 책에서도 맨 앞에 실험 일기부터 준비하라고 이야기했더구나. 하나 하나 실험해보고 그 결과를 실험 일기에 기록하는 동안 너는 어느 새 네가 학교에서 배웠던 과학 과목의 주요 원리들을 하나 둘 확인하고, 네 것으로 소화하고 있을 것이다.

개학이 돼서 학교 가기 지겨워 할 월요일 아침이구나. 이 책에 나오는 간단한 실험 한 가지라도 잘 익혀 둔 뒤에 친구들과 쉬는 시간을 이용해 마치 마술사처럼 어깨 한번 으쓱해 보지 않으렴?

▶이 글에서 이야기한 책들

* 세포여행(프랜 보크윌 지음, 믹 롤프 그림, 한현숙 옮김, 승산 펴냄)
* 세포들의 전쟁(프랜 보크윌 지음, 믹 롤프 그림, 한현숙 옮김, 승산 펴냄)
* DNA 이야기(프랜 보크윌 지음, 믹 롤프 그림, 한현숙 옮김, 승산 펴냄)
* 유전자 속의 놀라운 비밀(프랜 보크윌 지음, 믹 롤프 그림, 한현숙 옮김, 승산 펴냄)
* 마이 사이언스 북(한길사 펴냄)
* 척척박사 과학 교실(믹 매닝, 브리타 그랜스트룀 지음, 장연주 옮김, 김영사 펴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