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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부활하는 실크로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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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일본 나라(奈良)의 도다이지(東大寺) 대웅전 법요식에서 파리 태생의 중국계 첼리스트 요요마(44)가 헝가리 작곡가 코다이의 '무반주 첼로 소나타'를 연주했다.

그가 연주 장소로 도다이지를 택한 것은 실크로드(비단길)의 '종착역'이라는 의미 때문이다. 그는 음악으로 동서양의 문화를 연결한다는 취지에서 런던·파리·상하이(上海)·도쿄(東京) 등지에서 1백여회 공연하는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또 2002년 미국 워싱턴에서 불교를 테마로 한 창작곡으로 2주 동안 페스티벌을 열 예정이다.

로마에서 이스탄불·바그다드·중앙아시아·몽골을 거쳐 중국·한국·일본에 이르는 고대 무역로 실크로드(비단길)가 음악으로 부활하고 있다.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는 실크로드는 비단·도자기·화약·불교 뿐만 아니라 음악교류에 지대한 역할을 해왔다. 지구촌 시대를 맞아 동서양 음악의 만남이 활발해 지고 있는 가운데 실크로드의 다양한 음악적 유산을 작품화하려는 노력이 눈길을 끈다.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선두 주자는 미국서 활동 중인 중국계 작곡가 탄둔(譚盾·43)과 브라이트 셍(45). 문화혁명 이후 다시 문을 연 베이징(北京)중앙음악학원·상하이음악원의 첫 입학생들이다. 이들은 문화혁명 당시 중국 오지에서 음악활동을 하면서 깊은 영향을 받은 현지 민요에서 음악적 자양분을 발견한다.

상하이(上海)태생으로 미국 산타페 실내악 축제와 시애틀 심포니·시카고 리릭 오페라 상주작곡가로 활동한 브라이트 셍은 지난 7월 14일 킹하이를 출발해 오는 9월 5일 베이징에 도착하는 실크로드 답사를 진행 중이다.

문화혁명 당시 피아니스트·편곡자로 활동했던 이 지방의 음악과 문화를 직접 느끼면서 소수민족의 음악을 채보도 해 다음 작품에 반영하겠다는 것. 그의 답사기는 인터넷에 연재 중이다. (http://www.schirmer.com)

첼로와 중국 전통악단을 위한 협주곡 '봄의 꿈'(1977), 문화혁명의 참상을 고발한 '메모리엄 1966~76'(1988), 첼리스트 요요마가 최신 앨범 〈솔로〉에 수록한 '7개의 중국 민요'(1995), 보스턴심포니가 초연한 '붉은 비단의 춤'(1999) 등도 실크로드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들.

최근 국내 개봉된 이안 감독의 영화 〈와호장룡(臥虎藏龍)〉은 19세기 실크로드로 통하는 중국의 관문을 배경으로 한 것. 첼리스트 요요마와 비파·얼후 등 중국 전통악단의 협연으로 꾸민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을 작곡한 탄둔도 대대적인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올해초 영국 BBC 위촉으로 밀레니엄 음악을 작곡했던 그는 현재 런던 바비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물을 가로지르는 불'이라는 주제의 페스티벌을 기획했다.

여기서 선보인 작품은 40분짜리 멀티미디어 첼로 협주곡 '와호(臥虎)'. 영화 사운드트랙을 서양식 관현악으로 편곡한 후 비디오를 곁들인 작품이다. 탄둔은 내년 2월 오자와 세이지가 지휘하는 보스턴심포니의 연주로 첼로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멀티미디이어 협주곡 제2번 '지도(地圖)'를 초연할 예정이다.

중국계 작곡가들 뿐만 아니다. 티베트에서 불교에 심취했던 미국 작곡가 피터 리버슨(54)는 지난 6월 토론토심포니의 위촉으로 첼로협주곡 '6개의 영역'을 초연했다.

리처드 다니엘푸어(44)의 첼로협주곡 제2번 '고대의 계곡을 지나면서'도 요요마가 진행 중인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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