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 무관의 스타들

중앙일보

입력

오 사다하루라는 선수가 있었다.

'왕정치'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그는 통산 868개의 홈런을 담장 밖으로 넘긴 '세기의 홈런왕'. 물론 홈런만이 그가 할수 있는 전부는 아니었다. 그는 누구 못지 않게 정교하기까지한 타자였고, 그 덕에 그는 현역 생활을 통틀어 타격왕 5회, 홈런왕 15회, 타점왕 13회의 금자탑을 쌓을 수 있었다.

물론 꼭 '왕정치'같은 선수가 아니더라도 팬들과 동료들이 인정하는 실력파라면 위의 타이틀 중 하나쯤은 선수 생활을 통해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기요하라 가즈히로(사진)와 마에다 도모노리의 경우를 보면, 단순히 실력이 좋다고 해서 타이틀을 쉽게 손안에 넣을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올해 사상 13번째로 통산 400호 홈런을 기록한 기요하라는 이제껏 15년간의 선수 생활을 통해서 단 하나의 타이틀도 획득한 경험이 없다.

과거 400홈런을 넘긴 대선수들은 타격왕, 홈런왕, 타점왕 중 적어도 하나의 타이틀은 획득했었다. 그러나 기요하라의 경우, 96년에 1위와 1개차로 홈런 2위, 92년에 1위와 33점차로 타점 2위를 기록한 것이 가장 타이틀에 가까이 접근한 경우였을 정도로 상복과는 거리가 멀었다.

올시즌도 13개의 홈런(1위는 33개의 마쓰이)과 44타점(1위는 역시 84점의 마쓰이), 그리고 규정 타석에 한참 미달인 상태로 2할 8푼대의 타율을 기록중이므로 기요하라의 타격 타이틀 획득은 어려워 보인다.

에토 (현 요미우리), 가네모토, 오가타와 함께 '붉은 헬멧 타선'을 이끌며 90년대 중반 센트럴의 많은 투수들에게 괴로움을 주었던 프로 11년차의 마에다 도모노리는, 데뷔이래 현재까지 총 3944타수 1197안타로 통산 타율 3할 3리를 기록중인 리그내 대표적인 정교한 타자.

통산 타율 랭킹의 기준인 4000타수에 고작 56타수 모자란 그의 성적은 지금의 페이스대로 타격 랭킹에 진입할 경우 역대 13위가 될 정도로 뛰어난 것이다.

그러나 그런 그도 이제껏 변변한 타격 타이틀 하나 손에 넣지 못했다. 역대 통산 4000타수 이상 3할 타자는 총 15명이었고, 그들 모두 타격 타이틀 하나 이상 획득한 경험이 있으나 마에다는 94년엔 1위와 3리차로, 98년엔 2리차로 타격 2위에 오르며 정상 앞에서 미끄러 져야만 했었다.

마에다도 부상으로 올시즌을 이미 끝낸 상황이므로 금년의 타이틀 획득 역시 물건너간지 오래.

그러나 마에다는 내년에 나이 서른이 될 정도로 젊음과 한창의 기량을 가지고 있고, 기요하라 역시 팬들의 관심과 나가시마 감독의 전폭적 지지로 올시즌 부활에 성공하여 예전 기량을 다시금 발휘하고 있는 중이다. 아직도 선수 생활이 한창 때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두선수 모두 언젠가는 하나쯤의 타이틀은 손안에 쥘 수 있지 않을까.

누구 못지 않은 훌륭한 기량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두 스타 플레이어가 펼칠 앞으로의 커리어에 주목해보는 것도 우리가 일본 야구를 지켜보는 또다른 재미가 될듯 싶다.

- 기요하라 가즈히로 (세이부 - 요미우리 / 우투우타 / 86년 입단)
1) 통산 성적 ; 6136타수 1673안타 410홈런 1177타점 타율 .272
2) 수상 경력 ; 베스트 나인 3회, 골든 글러브 5회 (1루수 부문)

- 마에다 도모노리 (히로시마 / 우투좌타 / 90년 입단)
1) 통산 성적 ; 3944타수 1197안타 157홈런 588타점 타율 .303
2) 수상 경력 ; 베스트 나인 4회, 골든 글러브 4회 (외야수 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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