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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가 위안부” 일본대사관에 화염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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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8일 서울 주한 일본대사관 담 옆에 중국인 류모(38)가 던진 화염병 자국이 남아 있다. [연합뉴스]

8일 오전 8시쯤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 검정 외투를 입은 중국인 류모(38)는 배낭을 인도 위 자전거 거치대 앞에 내려놓았다. 그의 흰색 티셔츠에는 붉은색 한자로 ‘사죄(赦罪)’가 적혀 있었다. 류는 배낭에 든 화염병 11개 중 4개를 꺼내 차례로 대사관을 향해 던지기 시작했다. 2개는 담장에, 2개는 대사관 건물에 맞았다. 경비 근무 중이던 경찰에 붙잡힌 류는 “외할머니가 일제 강점기 당시 위안부로 동원된 한국인이다. 일본 총리는 위안부 문제에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이날 일본대사관에 화염병을 던진 혐의(화염병 사용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류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류는 중국 광저우(廣州) 출신으로 심리치료전문 의사로 활동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해 10월 3일 일본 지진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일본에 입국해 두 달간 봉사활동을 한 뒤 같은 해 12월 26일 관광비자로 국내로 들어온 것으로 조사됐다. 류는 “지난해 12월 초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위안부 문제 논의를 거부한 데 화가 나 화염병을 던졌다”고 진술했다.

 류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지난해 12월 말 일본 야스쿠니(靖國)신사에도 불을 질렀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26일 오전 4시10분쯤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야스쿠니 신사 문에 화재가 났다. 당일 오전 류는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그는 “1985년 충남 공주에서 사망한 외할머니의 유골이 대구에 있다”며 “외할머니의 행적을 따라가 보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류의 가족관계와 출입국 기록 등을 추가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한·중·일 외교 관계에도 미묘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사안이어서 신중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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