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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파이프 휘두른 반장 … 폭력 쉬쉬한 학교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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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반장이 급우 묶어 놓고 대걸레로 때리고, 학교는 해명하기 바쁘고….’

 학교에서 자행되는 폭력 사건이 잇따라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학교는 대책을 세우기보다 사건 축소에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충남 논산경찰서는 지난해 3월 반장이 된 뒤 지난달 방학할 때까지 10개월간 쇠파이프 등으로 급우 3명을 26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때려 상처를 입히고 이들로부터 현금과 시계 등 42만원어치의 금품을 빼앗은 혐의로 논산 A공고 유모(16·1년)군을 5일 불구속 입건했다.

반장이던 유군은 지난해 3월 교실에서 같은 반 친구 B군(16)이 어깨를 부딪쳤는데도 사과를 하지 않았다며 주먹을 휘둘렀다. B군은 유군이 반장인 데다 키와 체격이 커 제대로 맞서지 못했다. 목을 팔로 감싸는 이른바 ‘기절놀이’를 한다며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수시로 B군의 목을 조르고 성기를 발로 걷어차기도 했다. 지난해 6월에는 예상 시험 문제를 만들어오라고 시킨 뒤 “문제를 잘못 알려줘 점수가 나쁘게 나왔다”며 C군(16)을 폭행했다. 담임교사가 자리를 비우자 급우들 앞에서 C군 등 학생 3명을 의자에 묶어놓고 대걸레 자루로 손바닥과 허벅지를 때렸다.

 보다 못한 한 학생의 제보를 받은 담임에게 “반장인데 모범을 보이라”는 훈계를 들은 유군은 B군과 C군을 복도로 불러내 20여 차례 때렸다. 결국 폭력을 견디지 못한 B군과 친척이 지난해 12월 20일 경찰에 신고하면서 유군의 행각이 드러났다. 학교 측은 징계위원회를 열고 12월 28일 유군을 퇴학시켰다.

 지난 4일 폭행과 금품 갈취, 집단성폭행 등의 혐의로 10대 22명이 입건된(3명 구속, 1명 구속 영장 신청, 18명 불구속) 여주 A중학교 사건에서는 가해자들이 평소에도 자주 폭력을 휘둘러왔다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와 학생 증언 등에 따르면 3학년생 김모(15)군 등은 ‘기절놀이’를 하는 등 학생들을 괴롭혀 ‘일진’으로 불려왔다.

 하지만 학교 측은 사건 축소에 여념이 없다. 이 학교는 5일 해명자료를 통해 “ ‘일진회’란 표현은 과장됐다. 지난해에는 이런 행위들이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 조사에서 이들은 지난해 2월부터 11월까지 지속적으로 폭력을 휘둘러 온 것으로 드러났다.

 상황이 이런데도 학교는 6일 두 번째 해명자료를 내고 “금품갈취, 폭행, 성폭행을 한 학생은 1명뿐이고, 나머지는 성폭행 건과 무관하다”며 거듭 사건을 축소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성폭행에 직접 가담한 학생은 4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성폭행 당시 현장에 있었던 10명은 방조 혐의를 받고 있다.

논산=서형식·신진호 기자, 여주=유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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