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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북유럽 복지모델, 좌·우 협상의 산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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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지금 복지국가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아스비에른 발 지음
남인복 옮김, 부글북스
424쪽, 1만7000원

지난달 말 국회를 통과한 올해 정부 예산에서 복지 부문 예산은 사상 최대 규모에 달했다. 총 예산 325조4000억원 중 28.4%다. 두 차례의 빅 매치(선거)를 앞둔 정치권도 복지확대를 외친다. 이쯤이면, 우리도 복지국가로 이동하고 있는 걸까.

 이런 의구심을 품은 이들을 위한 책이다. 노르웨이와 세계를 무대로 30년 이상 노동조합 운동을 펼쳐온 저자는 “복지국가는 공공예산의 총액으로만 측정되는 것이 아니다”고 잘라 말한다. 돈만 더 쓰면 복지국가 옹호자인척 하는 우파 포퓰리스트를 경계하고, 좌파에게는 노동운동의 투쟁을 통해 이룬 복지국가임을 잊지 말라고 호소한다.

 저자는 북유럽 복지모델이 탄생한 역사를 꺼내 들었다. 유럽의 복지모델은 20세기 초 세계를 움직인 노동운동과 사회주의 혁명, 20세기 후반 풍요의 계기가 된 세계대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 과정에는 정권을 잡은 좌파 정당과 자본주의를 지켜내려는 우파 간 협상도 큰 역할을 했다. 쉽게 얻은 선물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런 역사성을 무시한 채 스칸디나비아식 복지모델을 전세계 어디로든 수출할 수 있다는 태도는 그럴듯한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

 북반구 복지 선진국들의 착각 또는 위선도 저자의 지적 대상이다. 유럽인들이 누린 복지국가의 혜택은 남반구를 착취해서 얻은 부(富)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이다. 나눠가질 부가 많았으니 노동과 자본 사이에 포괄적인 타협도 가능했다.

 핀란드 교육을 부러워하고, 스웨덴식 복지를 얘기하는 한국 사회가 이념의 좌우를 떠나 참고할 게 많은 책이다. 복지국가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북유럽의 노동운동가들이 양극화·불평등·고비용 복지라는 숙제를 어떻게 해결하려고 하는지도 엿볼 수 있다. 원제는 『The Rise and fall of the welfare state』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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