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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미 국방전략 변화에 철저히 대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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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어제 새로운 국방전략을 발표했다. 지난 22년간 유지해온 ‘두 개의 전쟁(1+1)’ 개념을 포기하고, 해외 주둔 미군 전략의 우선순위를 유럽·중동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옮기겠다는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육군 규모를 57만 명에서 49만 명으로 감축하고, 20만2000 명인 해병대 규모도 1만5000~2만 명 정도 줄일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를 통해 향후 10년간 방위비를 4000억~1조 달러 줄이겠다는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국방전략 변화는 이미 예견된 일이다. 무려 4조 달러를 쏟아부으며 10년을 끌어온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라크에서는 지난해 말 사실상 철군이 완료됐고, 아프간에서도 2014년까지 철군할 계획이다. 두 개의 전쟁과 글로벌 경제위기의 여파로 미국은 심각한 재정난에 봉착해 있다. 대규모 재정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국방전략 변화를 통한 국방비 절감은 예정된 수순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냐는 점이다.

 ‘1+1’ 개념의 포기는 중동과 한반도에서 동시에 두 개의 전쟁을 수행할 수 없다는 의미다. 가령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이란과의 전면전으로 확대되고, 북한의 도발로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발생할 경우 미국은 어느 한쪽을 택할 수밖에 없다. 권력승계의 불안정한 터널을 통과하고 있는 북한에 잘못된 신호로 작용할 가능성을 우리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지상군 감축은 유사시 한반도에 전개될 미 증원 병력의 감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구나 전시작전통제권이 2015년 미국에서 한국으로 넘어오면 유사시 증원은 정치적으로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작전계획 5027’에 따라 한반도에서 전쟁 발발 시 미국은 90일 이내에 69만 명의 병력을 증원 전개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오래전부터 비현실적이란 지적이 있어 왔다. 미국의 새 국방전략에 맞춰 한·미 양국은 작계(作計)를 현실성 있게 조정함으로써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유사시 대응 능력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

 미국은 국방전략 변화에도 불구하고 대한(對韓) 방위 공약과 대북(對北) 대비 태세에는 영향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국방부도 이 같은 입장을 확인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국민은 불안하다. 미국이 국방비를 줄이고, 병력을 줄여도 주한미군이 현재 수준인 2만8500명 선을 유지할 수 있을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가 실질적 병력 감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이미 40%에 달하는 우리의 주한미군 주둔비용 분담 비율이 더 높아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한둘이 아니다.

 말로만 안심하라고 해서는 소용이 없다. 미국의 새로운 국방전략 발표를 계기로 한·미 양국 정부는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유사시 대응 계획을 마련함으로써 한반도 안보 전선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한국 국민에게 확실하게 인식시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