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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 이렇게 풀자 ② 스마트폰 게임 개발업체 엔타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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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모바일게임 업체인 엔타즈의 김현수 대표는 직원에게 ‘캡틴’으로 불린다. 그는 끝없이 꿈과 재미를 찾아가는 곳에 회사의 성장이 있다고 믿는다. 사진 왼쪽부터 김 대표, 이윤주·양한글·김호택·박용준사원(시계방향으로). [안성식 기자]

“최고의 스폰서가 돼주겠다. 엔타즈를 이용해 꿈을 한 번 이뤄보라.” 서울시립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정홍은(26)씨는 지난해 6월 이 ‘약속’을 믿고 모바일 게임 개발업체 엔타즈에 입사했다. 정씨는 단순히 돈을 많이 주는 회사를 선택하긴 싫었다. 일과 생활이 하나가 돼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직장을 찾아왔다. 그런 그에게 김현수(44) 엔타즈 대표는 ‘꿈’을 얘기했다. 당장은 아니겠지만 최선을 다하면 최고가 될 회사라고 느껴졌다. 말뿐이 아니었다. 그는 “처음 참석한 월요일 미팅 분위기는 당황스러울 정도였다”고 말했다. 각자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겠다’ ‘즐거운 사람과 늘 함께 하겠다’ 는 포부를 얘기하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김 대표는 사내에서 ‘캡틴’으로 불린다. 한 케이블 방송사의 PD로 20대를 보낸 그는 2000년 회사를 그만두고 친구 5명과 함께 논현동에 작은 사무실을 꾸렸다. 뚜렷한 사업 아이템도, 자금도 없었다. 그저 좋아하는 일을 하면 뭐든지 잘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회사 이름도 ‘오락(엔터테인먼트)의 모든 것’이라는 뜻으로 ‘엔타즈(ENTertainment From A to Z)’로 지었다. 당시는 인터넷 붐이 일던 때라 처음엔 ‘인터넷 게임’을 생각했다. 하지만 자본금이 적어 시작할 수 없었다. 결국 이동통신사에서 제공하는 정책지원금을 받아 개발비가 덜 드는 ‘모바일 게임’을 시작했다. 그는 “직장에서는 월급날 급여를 받는 것 외엔 즐거움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일을 시작한 뒤부턴 내일에 대한 기대가 생겼다”고 말했다. 모바일 게임이 뭔지도 몰랐던 청년 5명은 열정 하나로 6개월 만에 ‘반칙왕’이라는 게임을 만들어냈다. 반칙왕은 모바일 게임 인기 순위 1위에 올랐고 다른 게임들도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전성기를 달리던 2006년 엔타즈는 모바일 게임 사업을 접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모바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서였다. 매해 매출액의 절반을 쏟아부을 정도로 과감히 ‘베팅’했다. 그 결과가 300만 회원을 거느린 국내 최초의 모바일 전용 SNS 무료게임타운 ‘무게타’다. 창업 10년 만에 골방에서 5명이 꾸던 꿈은 126명의 꿈이 됐다. 연 매출도 2억5000만원에서 206억원까지 늘었다. 채용 인원으로는 25배, 연매출로는 82배의 성장이다. 올해에도 35명가량의 ‘새 식구’를 뽑는다. 이 회사 서진욱 이사는 “매해 직원 규모를 30%가량 늘려갈 계획”이라며 “거의 매일 면접을 통해 인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지난해는 엔타즈에 위기이자 기회였다. 스마트폰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일반 휴대전화를 바탕으로 이뤄놓은 그동안의 성과들이 한꺼번에 무너져내렸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이번에야말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볼 수 있는 기회’라며 직원을 격려했다. 화면이 커진 만큼 스마트폰 게임 수요도 커질 것이고, 해외진출도 노려볼 만할 거란 생각에서였다.

 엔타즈가 찾는 사람은 세계적인 기업인 ‘구글’의 인재상과 같다. 전문성을 갖춘 스페셜리스트보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열정을 갖춘 사람이 먼저다. 엔타즈에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사람보다 의류디자이너, 연극배우, 신학 전공자 등 다양한 전공자가 더 많은 이유다. 매주 월요일엔 ‘MOTC(Message Of The Captain)’ 또는 ‘MOTL(Message Of The Leader)’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의 꿈과 끼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때로는 김 대표가 직접 토크쇼나 노래자랑을 진행하기도 한다.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이끌어내려면 회사가 즐거운 곳이 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게임을 즐기지 않는 여자친구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한 직원의 꿈은 한 해 3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는 ‘후르츠팡팡’이라는 단순한 게임을 만들어냈다. 지난해 11월 입사한 손경준(31)씨는 “이곳에서 찾는 ‘재미’는 대기업이 한 해 얼마를 더 준다 해도 포기할 수 없는 가치”라고 말했다.

◆ 특별취재팀=나현철·김선하·한애란·김혜미 기자

전문가가 본 엔타즈

사람 중심, 소통 중시 기업문화로 성장

엔타즈가 맞이한 모바일 게임 시장은 이제 ‘담장이 쳐진 정원’이 아니라 ‘열린 마당’이다. 최근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급격히 보급되면서 일어난 변화다. 스마트폰을 통해 이동통신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강력하게 결합하면서 이동통신사가 플랫폼과 콘텐트를 독점하던 기존의 폐쇄적인 모바일 환경은 무너졌다. 엔타즈가 집중하고 있는 ‘소셜네트워크 게임(SNG)’ 분야는 그중에서도 성장가치와 일자리 창출 효과가 단연 크다.

  엔타즈는 2009년 146억원, 2010년 20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더불어 직원수도 10년 전에 비해 20배가량 늘었다. 그중 96%가 20~30대의 청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청년 일자리 창출 효과는 다른 분야의 어떤 업체에도 뒤지지 않는다. 이 같은 발전 뒤에는 미래 시장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인재를 찾기 위한 꾸준한 노력이 있었다. 엔타즈는 2007년부터 150억원가량의 투자를 해왔다. 매출의 절반을 투자에 쏟아부은 셈이다. 이 회사는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을 직접 교육해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다. 열린 글로벌 모바일 게임 시장은 위기이자 동시에 기회다. 엔타즈는 사람 중심, 관계 지향, 소통 중시 기업문화를 바탕으로 앞으로 무한히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 물론 해외 기술과 차별화된 요소가 부족한 국내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서 엔타즈가 어떻게 자신들만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젊은 인재들의 도전을 기대한다.

변은정 기술보증기금 서울중앙평가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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