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큐브릭, 사후에도 대접받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타계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유작 〈아이즈 와이드 셧〉이 우여곡절 끝에 다음 달 2일 개봉된다.

〈닥터 스트레인지러브〉〈풀 메탈 재킷〉〈샤이닝〉 등 다수의 명작을 남긴 큐브릭은 생전에 고집불통으로 악명(?) 높았다.

자기 작품에 손대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광고 문안까지 자신의 동의를 받고서야 공개하도록 했다. 실제로 몇 년 전 한국에서 〈풀 메탈 재킷〉을 개봉했던 수입사는 포스터의 디자인까지 일일히 큐브릭의 동의를 얻느라 갖은 고생을 했다.

톰 크루즈와 니컬 키드먼 부부의 농염한 정사 신과 난교 파티 등으로 화제가 된 〈아이즈 와이드 셧〉도 마찬가지였다. 국내에서 수입 심의를 받기 위해서는 몇 장면을 자르거나 모자이크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큐브릭의 유언을 받드는 유족들에게는 어림없는 일이었다. 수입사인 워너 브러더스 한국 지사는 할 수 없이 지난해 9월과 올해 1월 두 차례 심의를 넣었다가 자진 철회했다.

그러나 최근 〈베티블루 37.2〉〈미인〉 등 〈아이즈 와이드 셧〉보다 표현 수위가 낮다고 보기 힘든 영화들이 등급을 받는 분위기에 용기를 얻어 이달 초 심의를 신청해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수입사는 음모 노출 장면 두 군데만 모자이크 처리하는 걸로 유족측의 동의를 어렵게 받아냈다고 밝혔다.

큐브릭 감독의 완벽주의는 자기 작품에 대한 자부심과 자기 세계에 대한 확신에서 나오는 것이리라. 결벽증에 가까운 그의 고집은 주변 사람들을 지치게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무골호인' 류의 개성없는 감독보다는 철학과 예술 세계가 분명한 근성 있는 감독이 사후에도 더 깊은 그림자를 남기는 건 확실한 것 같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