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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영화관 운영자들의 고민

중앙일보

입력

한때 자취를 감췄던 이른바 '예술영화 전용관'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동숭아트센터는 오는 25일 1백47석 규모의 '하이퍼텍 나다'를 개관한다. 첨단 돌비 사운드를 도입하고 좌석간 거리도 넓히는 등 고급스럽게 꾸몄다.

관객과 함께 해외 영화시장을 둘러보는 아이템을 신설하는 등 관객 중심으로 운영하겠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또 중국영화제·다큐멘터리 영상제·20세기 최고의 걸작 영화제 등 기획전을 계획 중이다.

개관 이벤트로 다음달 1일까지 〈오디션〉〈원령공주〉〈천공의 성 라퓨타〉 등 일본 극영화와 애니메이션 13편을 집중 상영한다(http://www.dsartcenter.co.kr).

한편 〈아름다운 시절〉을 연출했던 이광모 감독(영화사 백두대간 대표)도 광화문 흥국생명 신축건물 지하 2층에 '광화문 21'이라는 예술영화 전용관을 10월 28일 개관한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희생〉이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등을 수입, 상영해 온 백두대간은 앞으로도 해외영화제 등에서 호평받은 작품을 사들여 지속적으로 소개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들 극장 운영자들은 고민이 많다. 4·5년 전만 해도 예술영화전용관에 걸리는 영화는 관객 1만명은 쉽게 넘었으나 요즘은 분위기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애써도 4·5천명을 넘기기 힘들다. 그 결과 운영자들 스스로 예술영화전용관이라는 표현을 꺼리는 형편이 됐다.

예술영화라고 하면 지레 '재미 없겠군'이라며 고개를 돌리는 관객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술영화도 상업영화도 아닌 중간 지대의 영화를 상영하겠다"는 게 운영자들의 내심이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자칫 어정쩡한 길로 인도할 지 모른다.

영화 관객의 수가 늘고 수준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아직 한국의 영화문화는 편식증에 걸려있다. 맛있는 음식을 자꾸 먹어봐야 입맛이 계발되듯, 영화의 취향도 학습으로 가꿀 필요가 있다.

앞으로 문을 여는 예술영화전용관이 어느 정도의 교육기능을 해 낼수 있을지 관객의 관심과 함께 감시의 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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