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올림픽] "한국선수 도핑 무방비"

중앙일보

입력

'한국은 도핑 무방비 지대다' .

1986년부터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때 한국선수단 의무위원으로 활동했던 김건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의무분과위원의 결론이다.

김위원은 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마라톤 우승자 황영조가 당시까지 성분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던 우황청심환을 경기 사흘전 복용, 머리카락이 곤두설 정도로 놀랐다고 한다.

시드니 올림픽부터 세계도핑금지기구(WADA)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면서 금지약물 복용 문제가 이번 올림픽 기간 내내 뜨거운 쟁점이 될 전망이다.

김위원은 "신설기구 WADA가 세를 과시하기 위해 의욕적으로 약물검사를 실시할 것" 이라고 내다봤다.

WADA는 IOC뿐 아니라 유럽연합(EU).호주.캐나다 정부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는 독립기구다.

WADA는 시드니올림픽 조직위원회(SOCOG)와 함께 올림픽 참가 선수 약 1만명 중 50%인 5천명을 대상으로 소변 및 혈액 검사를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실제로 이미 해외에서 경기.훈련 중이던 한국 배드민턴.유도 대표선수들이 조사를 받았다. 금지 약물이 검출되면 3개월~3년 동안 자격정지 징계를 받게돼 올림픽 출전이 불가능하다.

한국은 특히 강화된 도핑검사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아마추어 선수들 중에서 고의적으로 금지 약물을 복용하는 선수는 거의 없지만 한약.감기약 등 무의식 중에 접근할 수 있는 금지약물은 무수히 많다.

체육회는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교육시키고 한약제 성분에 대해 검사를 실시하는 등 도핑 문제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제는 야구.축구 등 프로선수들이 출전하는 종목이다. 프로야구의 경우 약물 복용에 관대한 미국 프로야구의 영향으로 흥분제인 에페드린과 근육 강화제 등이 함유된 약물을 복용하는 선수가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김위원은 "WADA가 국내 프로 야구장이나 축구장에 찾아와 올림픽 대표선수들의 소변을 채취할 가능성이 있다" 고 밝혔다.

현재 국가대표 선수들의 도핑 문제를 관장하고 있는 이종하 태릉선수촌 의무실장은 "98년 방콕 아시안게임 당시 프로선수 일부에게 약물 복용을 금지하자 금단증상까지 나타났었다" 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