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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증시가 정치 테마주의 놀이터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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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난달 한국거래소가 “정치 관련 종목들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경고했지만 정치 테마주들은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2만원대였던 안철수연구소 주가는 16만원에 육박해 시가총액이 1조5000억원을 훌쩍 넘었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동생인 박지만씨가 최대 주주인 EG도 한 달여 만에 4배나 올랐다. 코스닥 거래대금 상위권은 정치 테마주들이 싹쓸이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펀더멘털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주가 수준”이라며 “앞으로 정치 테마주의 목표주가나 투자등급은 제시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묻지마 투자’는 오히려 가열되고 있다. 이러다간 올해 내내 정치 테마주로 인해 서울 증시가 몸살을 앓을 게 분명하다.

 과거 대선 때도 유력후보와 가깝다는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했다가 선거가 끝나면 곤두박질치곤 했다. 거품을 쫓아다니던 수많은 개인투자자가 재산을 날리는 낭패를 봤다. 정치와 경제가 분리된 나라에서 차기 대통령이 특정 회사를 밀어줄 것이라 기대하는 것 자체가 후진국적(後進國的) 사고다. 그럼에도 루머가 판치고, 덩달아 주가가 춤추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치 테마주의 열풍은 우리 증시가 얼마나 허약한지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작전(作戰)세력들의 시세 조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런 비정상적인 과열현상을 설명할 길이 없다.

 물론 정치 테마주 투기를 부추기는 세력도 문제지만 여기에 휩쓸리는 개인투자자들도 건전하지 못하다. 투자에 따른 책임은 본인 스스로 지는 게 마땅하다. 그렇다고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이 팔짱을 끼고 있을 때가 아니다. 해당 기업들은 “주가가 오를 특별한 이유가 없다”는 공시(公示)만 남발하고, 감독 당국은 정치권 눈치만 보다가 선거가 끝난 다음에야 뒷북을 치는 행태가 반복돼선 안 된다. 이제라도 정치 테마주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상 과열 종목에는 신용거래 제한이나 매매정지 등 신속한 조치를 내리고, 작전 세력이 개입한 조짐이 포착되면 곧바로 기획(企劃)조사에 들어가야 한다. 올해는 큰 선거가 두 번이나 있다. 더 이상 우리 증시가 정치 테마주의 놀이터가 돼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