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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호남석유 4분기 ‘어닝 쇼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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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주식시장의 가장 확실한 테마는 실적이다. 연초 주식시장이 독일과 미국 등 선진국의 경제지표 개선에 힘입어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그런데 실적이 상승 흐름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우려된다. 국내 주요 상장사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크게 악화한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당장 6일 삼성전자(잠정치)를 시작으로 LG디스플레이 27일, 삼성SDI 21일, LG전자 2월 초 등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

 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증권사 3곳 이상이 추정치를 내놓은 108개 상장사의 4분기 영업이익을 국제회계기준(IFRS)으로 추산했더니 총 27조46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들 108개 기업의 3분기 영업이익은 28조6176억원이다. 5.49%가 줄었다. 인건비 등 연말 일회성 비용 증가 등을 감안해도 감소폭이 크다. 지난해 1분기 이들 기업이 올린 영업이익은 30조4547억원이다. 2분기에는 29조9950억원으로 줄었다. 4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실적이 내리막으로 돌아선 셈이다.

 유럽 재정위기가 실물경제로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현실화됐다. 줄리안 칼로 바클레이스캐피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방한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의 지난해 1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9를 기록하며 33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선인 50 아래로 떨어졌고, 일본 대형 제조업체의 체감 경기를 나타내는 단칸지수가 12월 -4를 기록했다”며 “선진국 경기침체가 아시아 등 신흥국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항공업종의 실적 둔화가 두드러졌다. 대한항공은 영업이익이 지난해 3분기 2400억원에서 4분기 1441억원으로 40% 줄어들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도 1803억원에서 1198억원으로 3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여름 휴가철과 9월 추석 연휴 등의 성수기 효과가 사라진 데다, 다른 원자재와 달리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안팎을 유지하면서 고공비행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런 실적 악화를 반영해 주가도 맥을 못 추고 있다. 지난해 7월 초 7만원을 웃돌던 대한항공을 4일 4만4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그 밖에 케이피케미칼(-31%)·호남석유(-30%) 등 일부 석유화학 회사들의 실적도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최근 연일 사상 최고가를 새로 쓰고 있는 삼성전자는 실적도 양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4분기에는 4조7547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1.8% 늘어난 영업이익을 달성할 전망이다. 지난해 9월 말에 증권사들이 내놓은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3조3316억원과 비교하면 ‘깜짝 실적’ 수준이다. 현대차는 4분기에 전 분기보다 13.4% 늘어난 2조2614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기아차의 영업이익은 30% 가까이 늘었다. LG전자는 570억원 흑자전환 예상된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4분기 실적이 안 좋을 수 있지만 주가는 벌써 올 1분기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보고 움직인다”며 “앞으로 나올 미국 등의 경제지표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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