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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가게 살리자’ 아이디어로 7조 대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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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팀 오셔네시 CEO(오른쪽)와 신현성 대표가 지난해 8월 미국 워싱턴 리빙소셜 본사에서 비디오 게임을 즐기고 있다.

한국과 미국에서 각각 성공한 청년사업가에게 창업 성공의 비결을 묻자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성공 비결요? 지역 상권을 일으켜 보려 노력했더니 어느새 저희 회사가 훌쩍 컸네요.”

 지역 상인과 ‘공생’하는 방안을 모색하다 보니 사업 성공도 따라왔다는 것이다. 미국 소셜커머스 2위 업체인 리빙소셜의 팀 오셔네시(30) 최고경영자(CEO)와 한국의 선두업체인 티켓몬스터 신현성(27) 대표의 얘기다. 본지는 국내 언론으론 처음으로 두 창업자를 공동 인터뷰했다.

 우선 둘은 닮은 점이 많다. 명문 대학을 나와 큰 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뒤 창업했고, 2~3년의 짧은 시간에 투자자로부터 주목받는 정보기술(IT) 기업을 일궜다는 점이 그렇다. 오셔네시 CEO는 미국 조지타운대를 졸업한 뒤 IT업체 AOL을 거쳐 2009년 워싱턴에서 리빙소셜을 공동 창업했다. 그는 2년여 만에 리빙소셜을 기업가치 60억 달러(약 7조원)의 기업으로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 대표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을 나와 컨설팅회사 맥킨지에서 근무했고, 2010년 티켓몬스터를 공동 창업했다. 두 창업자의 인연은 지난해 8월 리빙소셜이 티켓몬스터를 인수합병하면서 맺어졌다. 청년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 대한 조언을 구하자 둘의 대답은 이랬다.

 ▶오셔네시=“창업은 어렵고 무서울 수밖에 없다. 불확실한 미래와 리스크 때문이다. 하지만 위험을 안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시행착오도 겪고 실패도 경험하면서 꿋꿋이 헤쳐나가는 용기가 필요하다.”

 ▶신현성=“취업만이 안정적인 미래를 보장하는 길이라는 시각이 안이한 것 같다. 대학 시절부터 창업을 시도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나도 대학 때 창업을 시도했다가 실패하고 많이 배웠다. 학생 때부터 시도해야 사회에 나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일찍 도전해 볼 것을 권한다.”

두 사람의 창업 계기도 비슷하다. 오셔네시 CEO는 “인터넷의 힘을 빌려 지역 상권을 활성화시킬 방법을 찾다가 소셜커머스 회사를 창업하게 됐다”고 말했다. 레스토랑·미용실·네일숍 같은 동네 가게들과 그 지역 소비자들을 연결해주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식사권, 쇼핑 상품권, 각종 할인권을 파격적으로 싼 가격에 팔았다. 거래액의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 게 리빙소셜의 수익 모델이다.

 그는 소셜커머스를 ‘로컬 커머스’라고 부른다. 그는 “우리 영업 직원들은 세계 25개국 603개 도시의 골목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며 “지역 상인들과 매우 견고한 관계를 맺고 있고, 그게 리빙소셜의 힘”이라고 말했다. 신 대표도 “소비자와 자영업자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는 점이 매력으로 느껴져 소셜커머스를 첫 사업 아이템으로 잡았다”고 말했다.

 리빙소셜의 성공 뒤에는 오셔네시 CEO의 혁신 본능이 있다. 상품권이나 할인권 같은 단순한 상품을 파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개인 맞춤형이라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도입했다. 고객이 쉽게 할 수 없는 경험, 가치 있는 경험을 파는 서비스를 상품으로 선보였다. 석양이 지는 해변에서 요가를 즐기는 수업이나 암벽 등반 후 와이너리 투어 같은 색다른 경험을 파는 ‘리빙소셜 어드벤처’ ‘리빙소셜 이스케이프’ 브랜드 같은 것이다.

 주머니가 얇은 소비자들 덕분에 소셜커머스 산업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도 쑥쑥 크고 있다. 티켓몬스터의 지난해 말 거래액은 상반기보다 두 배로 늘었다. 오셔네시 CEO는 “거시경제 상황이 어떻든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좋은 가격에 좋은 가치와 경험을 얻는 것’”이라며 “어떻게 그 가치를 제공할 것인가에 기업의 성패가 달렸다”고 말했다.

 짧은 시간에 급성장하면서 부작용도 나오고 있다. 시장이 과열되면서 국내에서는 최근 매출 부풀리기, 구매 후기 조작 등 불공정 행위가 적발되기도 했다. 신 대표는 “ 준비가 덜 된 일부 업체가 물의를 빚고 있다”며 “온라인 상거래에서는 신뢰가 생명인 만큼 소비자로부터 믿음을 잃지 않도록 업계가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소셜커머스=정해진 시간 안에 일정 수의 사람이 모이면 파격적인 할인가에 상품을 살 수 있는 온라인 상거래. 2008년 그루폰이 처음 도입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입소문을 퍼뜨리기 때문에 소셜커머스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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