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 조호성 금메달 향한 고행 1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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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금메달을 찾아 세계 각지를 떠돈지가 벌써 1년. 아련한 기억 속에 떠오르는 고향과 가족. 사이클 트랙 국가대표 조호성(26)과 정태윤 감독은 올림픽 오디세이다.

조호성은 지난해 6월 사이클연맹 신임 조희욱 회장에게서 "엄복동이 이룬 사이클 한국을 다시 세울 기백이 있느냐" 는 질문을 받았다.

"열심히 하겠다" 는 조의 대답에 조회장은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그를 올림픽 때까지 유럽에 보내 세계 기량을 익히게 하겠다는 것. 조는 7월 자전거를 챙겨 프랑스 프와티에로 떠났다.

쉬는 날 없이 매일 1백80㎞, 한달 두세차례 2백60㎞를 달렸다. 투르 드 프랑스를 개최하는 사이클의 고향. 프로선수들만도 수천명인 프랑스에서 조는 일취월장했다.

조는 7월 중순엔 알프스산맥을 넘어 이탈리아로 가서 피오렌졸라 월드컵에서 2위에 올랐고 베를린으로 가서 세계선수권 동메달을 땄다.

지난해 말 차가운 날씨로 훈련에 어려움을 느껴 한국에 돌아온 조는 올 1월 7일 시드니로 다시 전지훈련을 떠났다. 이번엔 해외전훈 경력이 많은 사이클연맹 정태윤 전무가 감독으로 '좌천' 돼 동행했다.

해발 8백m 고지를 자전거로 오르는 고난의 행군이 이어졌다. 도로훈련 중 자전거 타이어가 갑자기 펑크나 넘어지는 바람에 자동차에 깔릴 뻔한 사고도 났다.

시드니 날씨가 쌀쌀해지자 조는 4월 잠깐 한국에 들렀다가 대회가 많아 실전경험에 유리한 프랑스로 다시 떠났다.

정태윤 감독이 자전거를 리드하기 위해 빌린 소형차로 달린 거리는 한달 평균 4천㎞. 거의 매일 기름을 넣고 타이어도 몇차례 갈아끼웠다.

올해 조의 전지훈련비는 8천5백만원. 사이클연맹의 1년 예산(12억원)의 7%를 차지하는 거액이다.

조는 지난해 월드컵 시리즈 1위에 올라 사이클 연맹을 들뜨게 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0일 귀국한 조의 일행은 아직 외로운 여행자일 뿐이다.

정감독은 "기대가 클수록 초조해지고 성적이 좋을수록 올림픽에서 견제를 많이 받게 돼 답답하다" 는 말을 남기고 지난 16일 마지막 종착점 시드니로 조용히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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