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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이사람] ‘효소 전도사’ 황경화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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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건강의 열쇠 ‘효소’

한겨울인데도 벌써 봄을 준비하는 시골 아낙이 있다. 바로 천안시 동남구 북면 명덕리 황경화(54·여·아래사진)씨다. 황씨는 15년 전 남편과 함께 버섯농사를 짓기 위해 명덕리에 터를 잡았다. 한 해 두 해 버섯농사일이 버거워지면서 두통과 변비가 그를 괴롭혔다. 온갖 약을 다 써도 소용이 없던 그에게 ‘몸에 좋은 것은 다 들어갔다’ 며 마을 어른이 챙겨준 것이 바로 효소였다. 꼬박 일주일을 챙겨 먹고 건강에 청신호가 켜졌다. 내친 김에 효소만 먹으며 단식을 했다. 그의 건강은 하루가 다르게 좋아졌다. 옆에서 지켜보던 남편도 어느새 효소 마니아가 됐다.

 그를 괴롭히던 갖가지 병이 사라지자 농사일 보다는 효소 연구에 몰두했다. 3년 넘게 독학으로 효소 담기에 열을 올렸던 그는 천안시농업기술센터 문을 두드렸다. 때마침 농산물 가공 전문인력 양성(약초가공반) 교육 과정이 개설됐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궁금했던 것 중 ‘효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왜 설탕을 넣는지, 효소는 왜 항아리에 숙성해야 하는지’ 등을 한국효소발효교육원 서정만 원장에게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그는 “교육을 통해 효소를 담글 때 재료는 잘게 썰어야 설탕과 닿는 면적이 많아 삼투압 현상이 고르게 일어나고 유효성분이 많이 빠져 나온다는 사실을 알았다. 또 발효된 당이 우리 몸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배웠다”고 말했다.

꽁꽁 언 땅에서도 봄 싹이 보인다

봄바람에 꽃다지, 쇄별꽃 싹이 고갤 내밀면 황씨의 마음은 다급해진다. 어린잎을 채취해 항아리에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가 채취하는 산야초 종류는 다양했다. 쑥, 질경이, 칡순, 솔순, 찔레순, 청미래덩쿨순, 산국순은 지천으로 널려 있다.

 5월 말경에는 매실, 감잎, 보리수가 마을을 뒤덮는다. 씀바귀, 민들레, 수세미, 늙은 호박, 모과, 석류, 무, 당근도 좋은 재료다. 때로 도시 사람들이 미나리, 달맞이꽃 등을 뿌리까지 뽑아 초토화 시키는 것을 볼 때면 억장이 무너진다고 했다. 그럴 때면 뒤꽁무니를 따라 다니며 산교육을 시키는 일에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1년이 안된 것은 아예 맛볼 생각도 하지 않는다는 그는 “관심을 갖고 보니 사방에 약초가 있었고 몸에 좋은 재료들도 많았다. 우리 집 항아리 속에는 100여 가지가 넘는 산야초들이 5년째 삭혀져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은율산방엔 누구나 와도 좋다

황씨는 5년 넘는 준비기간을 거쳐 지금의 집을 마련했다. 발효장을 만들 수 있다는 기쁨에 여기저기 자랑하고 다녔다. 담장은 오고 가는 사람들이 정겨움을 느낄 수 있도록 흙으로 발랐다. 벌써 3년째 집수리를 남편과 함께 하고 있다. 점점 손때가 묻어가는 그의 집 이름은 ‘은율산방’이다. 집 주변에 밤나무가 많다 보니 밤꽃이 피면 온통 은색 빛을 띠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그는 “북면은 자연군락이다. 새벽에 눈뜨면 휘파람새가 휘파람을 불고, 소쩍새, 뻐꾸기, 도롱뇽이 운다. 북면 냇가 둑에는 반딧불이가 스물 스물 기어 다닌다. 이런 천혜의 자연조건이 갖춰진 곳에 은율산방이 있다는 것은 감격” 이라고 말했다.

 또 “살림하기엔 작은 편이지만 ‘무슨 복이 많아 이 집이 내 집이 됐나’ 라는 생각을 한다. 항아리 놓을 자리가 생긴다는 것에 만족한다. 봄볕이 은율산방의 담을 넘을 즈음엔 사람들이 북적여 할 일은 몇 곱절로 늘어나겠지만 효소로 장사를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저 탁월한 효과를 알리고 싶은 마음뿐이다. 누구라도 찾아오면 반갑게 맞을 생각”이라며 손님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이경민 객원기자

◆효소(酵素, enzyme)=생명체 내 화학 반응의 촉매가 되는 여러 가지 미생물로부터 생기는 유기화합물이다. 모든 생물의 세포 속에는 여러 종류의 효소가 있으며, 효소의 촉매 작용에 의해 생명이 유지된다. 현대인의 잘못된 식생활과 생활환경으로 체내의 효소 부족 현상을 가져오기 쉽다. 따라서 효소 식품을 적절히 섭취하면 체내 부족한 효소를 보충해 신진대사를 촉진시키고 신체의 기능이 원활하도록 도와서 건강 유지나 증진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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