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박현주의 ‘반성 편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박현주 회장

“…결과적으로 만족할 만한 수익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아쉽고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자산을 다각화하는 포트폴리오로 전략적으로 대처하고 지혜롭게 투자하겠습니다.”

 박현주(54)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쓴 편지의 일부다. 수신인은 투자자, 분량은 원고지 2장 정도다. 형식은 2일자 주요 일간지 광고다. 내용의 핵심은 두 가지다. 미래에셋의 최근 부진한 성과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죄송하다는 것, 그리고 ‘미래에셋=주식펀드’의 등식을 깨고 앞으로는 다른 곳에도 다양하게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박 회장이 투자자들과의 직접 소통에 나선 건 4년여 만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투자자들이 그를 만나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한국 경제와 장기 투자에 대한 믿음을 역설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그의 모습을 보기 어려웠다. 2007년 11월 ‘인사이트펀드’ 쏠림 현상에 대한 기자회견이 마지막이었다. 그 뒤엔 간간이 포럼에 나와 한두 마디 하거나, 우연히 만난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게 고작이었다. 이 같은 ‘은둔형 경영자’ 모습에 일부는 “투자자에 대한 신뢰를 저버렸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박현주 회장 미래에셋 관계자는 “직접 수정한 최종 광고 시안을 지난주 목요일에야 받았다”며 “거의 모든 일간지에 광고를 냈다”고 말했다. 그는 “3월 자산운용과 맵스운용의 합병을 앞두고 있고, 최근 해외 운용사를 인수하는 등 글로벌 경영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것을 투자자들에게 알리고 싶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편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서신 경영은 박 회장의 ‘최종 병기’다. 결정적 혹은 위기의 순간마다 그는 편지를 썼다. 다만 이전에는 수신자가 임직원이었다. 편지를 통해 예상치 못한 시장 흔들림에 당황하지 말 것을 당부했고, 회사의 미래 비전을 나눴다. 지난해 7월엔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에 대비한 분산 투자”를 주문하고 “해외시장 개척에 역점을 두겠다”는 포부를 담은 편지를 띄웠다.

 박 회장의 편지를 두고 업계에서 “현재 미래에셋이 결정적 순간에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도 그래서다. 2010년 미래에셋의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12조원이 줄었다. 전체 환매 자금(15조5000억원)의 80%에 육박한다. 전체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이 13조5000억원 늘어난 지난해, 미래에셋 펀드는 되레 3조5000억원이 줄었다. 최근 미래에셋의 성적은 운용사가 10개라면 거의 9등에 해당한다.

 이런 위기 극복을 위해 박 회장은 ‘주식’과 ‘국내’를 넘어 ‘자산 다각화’와 ‘글로벌’로 방향을 틀었다. 미래에셋은 지난해 주식운용 부문을 줄이고 채권운용 인력을 보강하는 등 조직 개편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말 인사에서 대체투자 운용사인 맵스운용에 부회장직을 신설하고 부문별 사장 3명을 임명했다”며 “대안투자 쪽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2주 전부터 미국에 머무르며 해외 시장을 챙기고 있다. 편지 속 그의 마지막 말이다. “새로운 미래에셋으로 지금까지의 미래에셋을 넘어서겠습니다.”

◆ 관련기사

▶ 보수적 운용에 작년 수익률 뚝…올 성과 자신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