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한국춤 〈몸-新공무도하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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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조가'와 함께 한국 최고(最古)의 서정가요로 꼽히는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는 강을 건너다 물에 빠져 죽은 백수광부(白首狂夫)의 아내가 남편과의 이별을 슬퍼하며 부른 노래다.

이후 이별가마다 강물이 등장하는 등 이 시가는 수세기 동안 문인들에게 많은 문학적 영감을 불러 일으켰다.

강물이 주는 서정적이면서도 강렬한 이미지와 한(恨)의 정서가 호소력을 발휘한 것이다.

문학에서는 이처럼 주로 이별의 한맺힘에 주목한 반면 최근 공무도하가를 소재로 선보인 여러 무용작품들은 부부의 애틋한 사랑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더욱 매력적인 이야기로 재창조하고 있다.

때로는 신비롭고 극적인 분위기를 차용해 다양한 실험을 시도하기도 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29~30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펼쳐지는 〈몸-신(新)공무도하가〉다. 창무회 단원 최지연씨가 안무한 이 창작 한국춤은 몸에 대한 탐구와 공무도하가의 재해석을 한데 합친 실험적인 작품이다.

구성부터 일단 독특하다. 최씨는 사고하는 머리와 노동하는 사지, 생명을 잉태하는 배, 포용하는 가슴으로 몸을 사분(四分)하고 이에 따라 춤도 네 장으로 나누었다.

신체 각 부분을 표현하는 각각의 장들은 그 자체로서 완결된 이야기 구조를 갖는 동시에 전체가 유기적인 관계를 이루는 옴니버스 구조를 띠고 있다.

여기서 가장 눈여겨볼 부분은 장마다 주인공들을 부각하는 안무 형태다. 주역 무용수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춤으로써 관객에게 강한 이미지를 심어주는 전형적인 스타 시스템의 고전발레와 달리 한국춤은 주로 군무로 이뤄진다.

그러다 보니 작품만 남고 정작 무용수는 보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스타가 관객과 보다 더 효율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독무와 이인무 비중을 높였다.

신을 향해 방황하지만 실패하는 머리, 몸이 살아 있는 한 노동의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사지, 늘 정욕에 굶주린 배, 결국 삶을 축복하는 가슴이라는 이야기 속에서 백수광부와 처는 신과 만나는 존재로 등장해 주술성과 상징성을 극대화한다.

1988년 창무회에 입단한 최씨는 무용작품들뿐 아니라 연극 〈피카소〉〈돈년〉〈두보〉(98년)와 칸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은 송일권 감독의 단편영화 〈소풍〉(99년)에 출연하는 등 경계를 넘나드는 활동을 해왔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무용 영역을 넓히려고 꾸준히 노력하는 무용수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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