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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다시 '향기'를 내뿜은 최향남

중앙일보

입력

’향기나는 남자’ LG 트윈스의 향기나는 남자 최향남이 드디어 오랜만에 향기를 내뿜었다.

최향남은 대구에서 벌어진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선발로 등판하여 7이닝 동안 9개의 탈삼진을 포함 6안타(1홈런) 2 실점만을 내주는 호투로 승리투수가 되어 자신의 5연패는 물론이고 팀의 4연패 사슬을 끊어 버렸다.

최향남은 직구와 변화구를 적절히 구사해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제구력과 더불어 완급 조절로 강타선인 라이온즈 타선을 효율적으로 처리하여 다음 경기에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세간에 마음이 여리다고 알려진 최향남에게도 오기는 있었다.

지난 달 18일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 경기에서 구원투수로 나와 트윈스 코칭스텝진의 기대를 무너뜨리며 패전투수의 멍에 까지 썼던 기억을 잊지 않았다.

최향남은 그 날 자신에게서 끝내기 안타를 쳤던 프랑코에게 3연속 탈삼진을 거두었는데 이는 프랑코의 약점인 몸쪽으로 과감하게 승부하였기 때문이다. 이는 철저하게 투구내용을 분석한 결과다.

인터뷰에서 그는 110 km/h 대의 속도인 슬로커브로 라이온즈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은 것이 승리의 최대 요인이다. 작년 보다 떨어진 직구 스피드를 이렇게 다른 무기로 재무장했다는 건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주는 일례인 것이다.

사실 올 시즌 최향남은 최근 몇 년 동안 몸과 마음이 가장 불안해 있었다.

생각지도 않았던 어깨부상과 함께 지난 겨울 뜨겁게 달구었던 선수협 문제 때문에 체계적인 훈련을 하지 못해 컨디션이 그야 말로 최악이었다.

여기에 몇 년 동안 트윈스의 주축 선발 투수였던 그에게 올 초 팀 사정상 마무리의 중책을 맡았지만 성적도 좋지 않았고 부상이 재발이 되어 1군에서 탈락하는 등 마음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다시 1군으로 복귀하여 지난 달 5일 현대 유니콘스와의 잠실경기에서 선발승을 거둬 트윈스 재건에 한몫을 하는 듯 했으나 라이온즈에게 불의의 일격으로 주춤거렸었다.

그러나 이제 최향남은 이날을 계기로 다시 트윈스의 에이스로 거듭나려 한다. 현재까지 참담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최향남이지만 트윈스에서 그에게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자칫 잘못하면 플레이오프에도 나가기 힘든 상황이지만 최향남의 활약에 따라 최소한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바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 신종학 - 프로야구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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