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발표 왜 서둘렀나]

중앙일보

입력

현대가 정주영(鄭周永)전 명예회장의 자동차 지분 매각 협상을 완전 타결하기도 전에 서둘러 미국 투자금융회사인 자딘플레밍과의 매각협상 사실을 밝힌 것은 제3자 매각 방침을 둘러싼 시장과 현대자동차측의 의혹의 눈초리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는 지난 18일 자동차 지분을 채권단이 아닌 국내외 기관투자가 등 제3자에 직접 매각한다는 방침을 밝힌 후 주간사인 현대증권을 통해 인수자 선정 작업을 해왔다.

이 과정에서 미국계 아메리카 인터내셔널 그룹(AIG)과 국내 중견기업인 국순당 등이 거명되자 현대차측이 "우호관계에 있는 회사를 이용해 그룹측이 계속 자동차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 는 의혹을 제기했었다.

현대는 "자딘플레밍과는 오래전부터 협의해 온 것이 아니다" 며 "제3자 매각 방침 발표 후 이 회사가 적극적인 매입 제의를 해와 협상을 시작했다" 고 설명했다.
자딘플레밍측은 자동차 지분을 인수한 뒤 미국 시장에서 쪼개 파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현대차측은 "2천억원에 가까운 지분 인수자를 단 며칠 만에 찾았다는 그룹측 설명은 설득력이 작다" 면서 "지분을 사겠다는 외국 회사와 현대의 관계를 확인할 방법도 없다" 고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이와 관련, 그룹측이 당초 밝힌 대로 채권단에 자동차 지분을 넘겨 채권단이 투명하게 제3자에게 매각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대측이 우호세력에 지분을 팔 것이란 의혹이 있는 만큼 채권단이 엄밀하게 감시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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