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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 세상을 말하다] 臨事而懼 임사이구

중앙일보

입력

공자(孔子)의 제자였던 자로(子路)와 안연(顔淵)은 성격이 크게 달랐다. 자로는 직선적이고 다혈질적인 성격이었다. 이에 비해 안연은 부드럽고, 학문을 좋아해 군자적 면모가 풍겼다. 공자는 개인적으로 안연을 가장 아꼈다.

하루는 공자가 안연에게 이르기를 “쓰이면 행하고, 버려지면 감춰지는 도(道)를 알고 있는 이는 오직 나와 너(안연)뿐이다(用之則行,舍之則藏, 維我與爾, 有是夫)”라고 했다. 안연을 자신의 경지로까지 끌어올리며 크게 칭찬한 것이다. 이를 듣고 있던 자로가 시기심이 발동해 공자에게 묻기를 “선생님께서 삼군의 군대를 행하신다면 누구와 더불어 하겠습니까(子行三軍則誰與)”라고 했다. 자기의 용맹을 드러내기 위해 한 말이다.

그러나 공자는 자로가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대답을 했다. “호랑이를 때려잡고 강을 건너다가 죽더라도 후회가 없는 자와는 내 더불어 하지 않는다(暴虎馮河, 死而無悔者, 我不與也). 내가 같이 하는 이는 반드시 일에 임해 두려워하며(必也臨事而懼), 도모하기를 좋아하되 반드시 이루어내는 자이다(好謀而成者也).” 무모한 행위를 용기로 잘못 알고 있는 자로를 질책한 것이다.

여기서 나온 말이 바로 임사이구(臨事而懼)다. 큰일이 닥쳤을 때 경거망동하지 않고, 두렵고도 신중한 마음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신년 화두로 던진 바로 그 사자성어다. ‘어려운 시기, 엄중한 마음으로 신중하고 치밀하게 지혜를 모아 일을 성사시키겠다는 뜻’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대기업들의 총수가 제시한 올해 화두 역시 대부분 같은 맥락이다. 삼성그룹은 ‘편안함 속에서도 위험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뜻의 ‘안불망위(安不忘危)’를 선택해 긴장을 풀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추운 계절에도 소나무와 잣나무는 잎이 지지 않는다’는 의미의 ‘세한송백(歲寒松栢)’을, SK그룹은 ‘거친 돌밭을 가는 소처럼 강하고 우직하게’라는 ‘석전경우(石田耕牛)’를 선정했다. 어려움 속에서도 우직하게 기회를 찾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방어적으로만 대처할 수만 없는 일이다. 공자가 진정 좋아하는 이는 ‘도모하기를 좋아하고, 끝내 성공하는 자’였음을 잊지 말자.

한우덕 (woody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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