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지구촌 건강] 호주에서 남학생에게 자궁경부암 백신 권하는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4면

일러스트=강일구

남성도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아야 할까? 호주에서 12~13세 남학생에게 자궁경부암 백신을 의무적으로 접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호주 의약품효능자문위원회(PBAC)는 2007년부터 같은 연령의 여학생에게 필수 권장하고 있는 자궁경부암 백신 ‘가다실(MSD)’ 접종을 남학생에게까지 확대하는 권고안을 최근 발표했다. 자궁경부암의 원인이 되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로 인해 구강암이나 항문암·생식기암에 걸리는 남학생 수가 늘었기 때문이다. 호주는 12~26세의 여성을 대상으로 가다실로 백신 접종 프로그램을 시작한 첫 번째 국가다. 호주 빅토리아주의 경우 백신 접종 프로그램 도입 이후 18세 이하 여학생의 자궁경부암 발생률이 50% 가까이 감소했다

 가다실은 생식기 사마귀 같은 추가 질환에 예방 효과가 있다.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HPV 16, 18형에만 예방 효능이 있는 ‘서바릭스(GSK)’와 달리 추가 질환을 일으키는 HPV 6, 11형에도 효과가 있기 때문. 위원회는 법적 절차와 백신 제조업체와의 협상이 마무리되면 2013년께 남학생에게도 실제 적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약 50개 국가에서는 남성의 생식기 사마귀와 항문암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HPV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2008년부터 12~13세 여학생을 대상으로 자궁경부암 예방 접종 프로그램을 시작한 영국도 지난해 11월 가다실을 자궁경부암 백신으로 선정했다. 영국 보건당국은 그동안 자국 백신인 서바릭스를 사용해 왔지만 의료비 절감 효과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가다실로 백신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생식기 사마귀나 외음부암은 외부 생식기에 나타나는 질환이다. 이 때문에 본인과 파트너에게 정신적 고통을 줄 수 있다. 치료하더라도 재발률이 높아 예방이 중요한 질환으로 인식되고 있다.

 또 HPV에 감염되면 구강암이나 인후암에 걸릴 위험이 32배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 2011년』.

 영국 케임브리지대 병리학과 마거릿 스탠리 박사는 “앞으로 국가 예방 접종 프로그램을 통해 외음부암이나 생식기 사마귀 같은 더 많은 HPV 관련 질환을 막을 수 있게 됐다”며 “이는 젊은 여학생들에게 희소식이며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현재 가다실은 124개 국가에서 시판되고 있으며, 전 세계에 8000만 도즈가 보급됐다.

권병준 기자
일러스트=강일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