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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떨어지면 면역력 30%↓ 저체온증 주의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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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신욕은 떨어진 체온을 올려준다. [중앙포토]

1℃ 떨어지면 면역력 30%↓ 저체온증 주의보

주부 박선숙(51·여·서울 강동구)씨는 6년 전부터 겨울이 두렵다. 따뜻한 실내에 있어도 손과 발이 저리고 무릎이 시리다. 중요한 일이 아니면 바깥 출입을 자제한다. 오랫동안 외출하면 무릎이 깨질듯이 아프다. 감기도 자주 걸리고, 찬 음식을 먹으면 설사로 고생한다. 지난해 11월 병원을 찾은 박씨는 체온이 36도를 밑도는 저체온증으로 진단받았다.

“냉증 환자 매년 늘어 … 환자 80%가 여성”

건강한 사람의 평균 체온은 섭씨 36.5도다. 사람에 따라 ±0.3도의 차이가 있다. 오전 10시 측정한 체온이 36도 이하면 저체온증이다.

 체온이 떨어지면 추위를 느끼지 않을 온도에서도 손·발·머리·입술·관절 등 특정 신체 부위에 심한 한기를 느낀다. 머리와 발이 너무 차갑다며 잘 때 모자와 두꺼운 양말을 신기도 한다.

 문제는 저체온 환자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김달래(사상체질 전문의) 한의원장은 “냉증 등 저체온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매년 10% 정도 늘고 있다”며 “환자의 80%는 여성인데 갱년기인 40, 50대가 많다”고 설명했다.

 체온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김 원장은 “체온이 1도만 내려가도 면역력이 30% 이상 떨어진다”고 말했다. 체온이 낮으면 자율신경 중 교감신경이 자극을 받으면서 면역을 담당하는 림프구가 줄기 때문이다.

 체온이 떨어지면 암 발생 위험도 증가할 수 있다. 김 원장은 “암세포 증식이 가장 활발한 체온이 35~35.5도다. 신체에선 매일 3000~1만 개의 암세포가 만들어지지만 면역력 덕분에 암에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저체온으로 면역력이 떨어지면 암에 걸릴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고 말했다.

 저체온증은 정신질환에도 영향을 준다. 김 원장은 “몸이 찬 사람은 안으로 숨고 타인과의 교류를 기피하는 성향이 있다”고 말했다. 우울증은 기온이 낮고 일사량이 적은 11월부터 3월에 많이 발생한다. 우울증도 체온이 낮은 오전에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체는 체온이 낮으면 위축된다. 혈관이 수축하고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혈압이 올라간다. 혈액순환 악화는 어깨 결림·두통·현기증·손발 저림·고혈압 등을 부른다. 심하면 심근경색·뇌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저체온증은 당분·지방 등 영양소의 흡수율을 떨어뜨리고, 노폐물이 배출되는 것을 방해한다. 당뇨병과 고지혈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운동·수면 부족, 스트레스가 저체온 불러

체온은 왜 떨어질까. 우선 스트레스를 꼽을 수 있다. 강동경희대 한방병원 한방부인과 박경선 교수는 “스트레스로 자율신경계의 기능이 떨어지면 말초순환 장애가 나타나 손과 발이 시리다”고 설명했다.

 운동부족에 따른 적은 근육량도 저체온증의 원인이다. 근육은 몸의 최대 열 생산기관이다. 김달래 원장은 “신체에서 발생하는 열의 약 25%가 근육에서 만들어진다”며 “활동량이 적은 현대인은 근육량이 적어 체온이 내려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무리한 다이어트도 근육량을 줄여 저체온을 부른다. 20대 저체온증 여성이 늘고 있는 이유다.

 수면부족도 체온을 낮춘다. 박 교수는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근육과 혈관이 수축하고 혈액순환을 방해한다”고 말했다.

 과식, 찬 음식, 해열제와 진통제의 잦은 복용, 지나친 신체 노출도 몸을 차갑게 한다. 과식을 하면 음식을 소화시키기 위해 혈액이 위장으로 몰린다. 그만큼 뇌·손·발·근육의 혈액량이 부족해진다. 해열제와 진통제는 땀을 강제로 배출해 열을 내리기 때문에 저체온증을 부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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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신욕 자주하고, 근육 키우는 운동 좋아

떨어진 체온은 생활습관 개선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박경선 교수는 반신욕을 추천한다. 따뜻한 물에 하체를 담그는 반신욕은 혈관 확장·혈액순환 개선·노폐물 배설에 도움이 된다. 목욕물의 온도는 약간 따뜻하다고 느낄 정도(약 40도)면 된다. 박 교수는 “지나치게 뜨거운 물은 오히려 혈관을 수축시켜 역효과를 부른다”고 말했다. 반신욕 시간은 15분을 넘지 않도록 한다.

 반신욕할 여건이 안 되면 따뜻한 물을 대야에 받아 손과 발을 담그는 수욕(手浴)과 족욕(足浴)이 도움이 된다. 매일 아침과 저녁 10~15분 정도 한다. 물에 천일염이나 생강 한 개를 갈아 넣으면 좋다.

 저체온에서 탈출하려면 신체의 보일러인 근육을 키워야 한다. 근육의 70% 이상이 하체에 있다. 자전거 타기, 계단 오르기, 발뒤꿈치 올렸다 내리기, 빨리 걷기 등 하체운동을 한다.

 따뜻한 성질의 음식도 체온을 올린다. 한방에서는 음식을 몸을 따뜻하게 하는 ‘양’의 음식과 차게 하는 ‘음’의 음식으로 구분한다. 음의 음식은 수분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 몸을 차게 한다. 저체온증에는 옻닭·쑥국·수정과 같은 양의 음식이 좋다. 김달래 원장은 “닭고기는 몸을 뜨겁게 하는 대표 음식으로 옻과 함께 먹으면 혈액순환과 면역력에 좋다”고 말했다. 생강차와 계피차는 혈류를 늘려 체온을 높인다.

 오경아 인턴기자

참고서적

『체온면역력』아보 도오루 지음, 중앙생활사출판
『체온혁명』이시하라 유미 지음, 황금비늘 출판

자율신경=우리 몸 내장기관을 무의식적으로 조절해 신체 기능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나뉜다. 교감신경은 몸을 많이 움직였을 때나 돌발적인 자극에 활성화된다. 혈압·심장박동수·혈류량을 증가시킨다. 부교감신경은 편안한 상태에서 활성화된다. 혈압·심장박동수를 떨어뜨리고 배뇨·배변 작용을 원활하게 한다.

저체온증=오전 10시에 측정한 체온이 36℃ 이하면 저체온증이다. 춥지 않은 온도에서도 손·발·머리 등 특정 신체 부위에 한기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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