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아이오와 코커스 … 롬니 24%로 선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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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밋 롬니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인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은 지난해 12월 30일 눈물을 흘렸다. 모친 얘기를 하면서다. 깅그리치의 눈물은 오는 3일 아이오와주에서 열리는 코커스(당원대회)를 겨냥하고 있다.

 2012년 미 대선은 공화당의 첫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를 시작으로 대통령 선거일인 11월 6일까지 10여 개월의 장정에 돌입한다. <그래픽 참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 고지에 오르느냐, 아니면 공화당의 정권 교체가 성공하느냐를 가리는 승부다.

 미 언론과 선거 전문가들이 대선 승자를 점치기 위해 공통으로 꼽는 관전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다. 공화당 후보로 누가 선출되느냐와 중간층 잡기에 누가 성공하느냐, 그리고 본선 경쟁의 최대 변수인 경제 상황이다.

 오바마 대통령에게 맞설 공화당 후보를 가리는 경선은 겉으로만 봐서는 혼전 양상이다. 지난해 8월부터 미셸 바크먼 하원의원-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허먼 케인(성희롱 의혹으로 중도 하차·전 피자체인업체 CEO)-깅그리치 여론조사 1위가 매달 바뀌었다. 하지만 첫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가 임박하면서 주자 7명 간의 윤곽이 점점 드러나고 있다. 그동안 3위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는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의 강세가 다시 도드라지고 있다.

 아이오와 코커스를 나흘 앞둔 여론조사에서 롬니는 24%의 지지율로 론 폴 하원의원(22%), 릭 센토럼 전 상원의원(15%)을 앞섰다. 지난해 12월 한때 돌풍을 일으킨 깅그리치는 두 차례의 이혼 경력 등 도덕성 검증이 본격화하면서 12%로 추락했다. 다시 치고 올라온 롬니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하위권에서 맴돌던 폴과 센토럼의 선전이 주목받고 있지만 센토럼의 경우 256회, 폴은 75회나 아이오와를 방문할 정도로 공을 들여왔다. 반면 롬니는 21차례에 불과하면서도 선두로 치고 올라왔다.

 아이오와 코커스가 중요한 이유는 기선을 제압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8년 민주당에서 당시 정치 신인이었던 오바마가 힐러리 클린턴 을 이기는 이변을 연출한 뒤 바람몰이를 시작한 게 아이오와 코커스였다.

 문제는 오바마와의 맞대결을 앞두고 무당파(independent voters)를 잡아야 하는 공화당 후보의 경쟁력이다. 미 언론에 따르면 민주·공화당 어느 쪽에도 마음을 두지 못하고 있는 무당파는 어려운 경제 상황 때문에 전체의 40%나 된다. 하지만 공화당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는 게 변수다. 워싱턴 포스트의 최근 조사에서 공화당은 20%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민주당은 27%였다. 지난해 초 중간선거에서 승리했을 당시 공화당 지지율이 34%였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공화당이 주도하는 의회가 재정적자 감축 방안, 예산안 처리 등을 놓고 오바마의 발목 잡기에 급급했던 게 영향을 미쳤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설명했다. 공화당 주자들 중 선두인 롬니가 모르몬교도인 데다 참신성이 떨어지는 점도 중간층 유권자들을 끌어들이는 데 한계 요인이다.

 그러나 2012 미 대선의 승부를 가를 요소는 뭐니뭐니해도 실업률로 대표되는 경제 상황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오사마 빈 라덴 사살 등 외교·안보 분야에서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50% 이하를 맴돌고 있는 건 경제 성적표 때문이다. 실업률이 6%를 넘는 상황에서 재선에 도전한 4명의 역대 대통령 중 로널드 레이건만 성공한 게 미 대선이다. 레이건의 경우 선거 막판 경제 상황이 호전된 데 힘입었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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