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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평양에 `변기 주머니` 등장…"없어서 못 팔 지경"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물 긷는 북한 여인]

북한의 심각한 전력난으로 평양 주민들이 어느 때 보다 추운 겨울을 지내고 있다. 최근 화력발전소가 일주일 가량 가동이 중단됐고, 주민들은 뜨거운 물 주머니를 만들어 안고 자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30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김정일 사망 보도가 나온 직후 급히 평양을 떠났다는 함경북도의 한 지방 간부는 "12월 8일쯤 보일러 시설이 고장 나 평양화력발전소가 일주일 동안 가동을 중단했었다"며 "수도관들이 모두 얼어붙어 대부분 구역들에서 난방이 완전 중단됐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추위를 이기기 위해 밤에는 더운물 주머니를 만들어 안고 자는가 하면, 새벽 시간부터 몸을 녹이기 위해 노인들이 지하철로 모여들고 있다.

북한 당국은 낮엔 주민 지구의 전기를 아예 끊고, 밤에 길거리의 조명들을 밝히는 데만 주력해 주민들의 고생이 심각하다.

김정일 사망 직전 평양을 다녀왔다는 양강도의 한 주민은 "한 달에 보통 12㎏ 정도의 석유가 있어야 마음대로 음식을 해 먹는데, 구역 인민위원회에서 매 가정세대 당 4㎏씩밖에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살림집 건설이 한창인 평양시 만수대지구와 만경대지구의 주민 생활은 더욱 열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들은 심지어 밤중에 종이나 비닐 조각에 용변물을 싸서 창 밖으로 던져 버린다는 것이다. 때문에 최근에는 인민반장들이 노골적으로 변기주머니를 구입해 사용 하도록 권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장마당에서 팔고 있는 변기 주머니는 변기 위에 펴놓을 수 있게 만든 비닐주머니다. 볼일을 보고 나서 둘둘 말아 창 밖으로 던지면 터지지 않고 그대로 얼어버리기 때문에 새벽 시간에 모두 수거해 모아 놓았다가 협동 농장에 퇴비로 지원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겨울 처음 등장한 변기 주머니는 평양 전기 공급과 수도 사정이 더욱 나빠지면서 이젠 장마당에서 없어서 못 팔 지경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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