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작 스턴 팔순 기념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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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의 대부'로 불리는 아이작 스턴(사진)에게 올해는 정말 뜻깊은 해다.

80회 생일에다 카네기홀 극장장 취임 40주년이 겹쳤기 때문이다.

현재의 자리에 44층짜리 오피스 빌딩이 들어설 뻔하면서 음악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던 카네기홀을 구해낸 그의 헌신과 용기는 음악계의 귀감으로 남아있다.

'카네기홀의 영적인 지도자'인 그의 음악세계를 되돌아보면서 팔순을 축하하는 기념행사가 오는 9월 23~24일 카네기홀에서 열린다.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24일 카네기홀 메인홀(스턴 오디토리엄)에서 열리는 팔순 생일 축하공연. 아이작 스턴의 두 아들 데이비드와 마이클이 번갈아 가면서 지휘봉을 잡고 딸 시라가 사회를 맡는다.

축하공연에는 '스턴 사단'이 총출연한다. 바이올리니스트 핑커스 주커만·새뮤얼 로즈·미도리·장영주·글렌 딕터로, 첼리스트 요요마·지안왕, 피아니스트 에마누엘 액스·예핌 브론프만·레온 플라이셔 등이 베토벤의 '3중 협주곡', 모차르트의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멘델스존의 '8중주'를 연주한다.

또 스턴이 1954년에 초연했던 '세레나데'도 들려준다. 스턴과 카네기홀의 인연은 각별하다.

1925년 앤드루 카네기가 세상을 떠난 지 6년 만에 카네기홀은 향후 5년간 건물을 개조하거나 공연장 이외의 목적에 사용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뉴욕의 부동산 재벌 로버트 사이먼에게 매각됐다.

35년 사이먼이 세상을 떠난 후 경영이 어려워지자 그 아들은 연간 1백회 이상을 대관하면서 상주단체나 다름 없던 뉴욕필에 4백만달러를 받고 매각하려고 했지만 뉴욕필은 신축 중이던 링컨센터로 옮겨 갈 계획이어서 제의를 거절했다.

60년 3월 카네기홀 앞에 대형 불도저가 버티고 있는 가운데 스턴은 음악인들의 반대 서명을 받느라 분주하게 뛰어 다녔다.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 지휘자 브루노 발터도 서명에 참가했고 기부금도 내놓았다. 아이작 스턴이 이끄는 카네기홀 수호대책위원회의 노력에 힘입어 뉴욕시는 이 건물을 5백만달러에 강제 매입해 비영리단체로 출범시켰고 스턴은 사단법인 카네기홀의 초대 극장장에 취임했다.

또 86년 카네기홀 개관 1백주년 기념 개·보수를 위해서도 5천만달러의 기부금을 모았다. 카네기홀의 메인홀을 '스턴 오디토리엄'이라 이름붙인 것도 이런 인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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