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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영결식으로 북 권력이동 완료 … 한나라 비대위 ‘완장’ 논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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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호 03면

지난주 평양은 폐쇄왕조에서 ‘권력의 이동’이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 것인지를 다시 한번 보여 줬다. 올해는 20년 만에 총선·대선을 함께 치르는 한국이나 ‘강성대국 원년’을 맞는 김정은의 북한 모두 권력 과도기의 진통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양쪽 다 고난도의 새 리더십을 요구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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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권력 이동의 하이라이트는 김정일의 영결식이었다. 차기 권력 선포식이라고 하는 게 더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폭설이 내린 가운데 맨손으로 운구차 사이드미러를 잡고 선두에 선 아들 김정은 등 신권력 8인의 호송 장면(사진)은 크렘린 정치(Kremlinology)의 완벽한 부활이었다. 레닌 이후 세계 열 번째 미라가 될 김정일의 주검을 끌며 김정은은 북한 주민들이 아버지에게 바쳤던 충성과 우상화를 자신이 고스란히 승계하겠다고 시위를 한 셈이다.

한국전 다음 날인 1950년 6월 26일. 김일성 주석은 전시 북한의 전권(全權)을 행사할 김책·최용건 등 7인의 군사위원회를 선포했다. 항일 빨치산과 중국 국공(國共) 내전기의 지원 등 북한은 태생이 ‘군사 DNA’인 국가다. 격변기마다 권력의 위계와 질서를 각인시킨다. 후계수업 15개월. 불안한 김정은으로선 “봐라. 문제없다. 당과 군이 내게 줄을 섰다”는 인증샷을 만천하에 보여 주고 싶었을 것이다. 어쨌든 마오쩌둥(毛澤東·모택동) 사후 부인인 자신을 장의위원 1번으로 해 달라고 우기다 밀려 1년 반 뒤 숙청된 ‘장칭(江靑·강청)류의 혼란’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권력 안정도의 키워드는 군, 중국, 남북, 북·미, 주민이다. 운구차 호송 4인이 군부의 핵심(이영호·김영춘·김정각·우동측)이듯 군은 조기 정리되는 모양새다.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인 김정은이 당 총비서(당 중앙군사위원장 자동 겸직)로 추대되는 게 세습의 마무리일 것이다. 집단지도체제라기보다는 2인자인 장성택과 함께 군부가 김정은을 분야별로 집단 보좌하는 체제. 다수 전문가가 그리는 올해 북한의 그림이다.

미국·한국과 북한의 미래는 안갯속이다. “핵 보유국 존엄이 김정일 동지의 유산” “이명박 패당과는 영원히 상종 않을 것”이라고 이미 선언했다. 핵이 유훈(遺訓)이라면 세습한 아들이 그걸 거부하긴 쉽진 않을 것이다. 노동신문 신년사설을 봐야겠지만 한국에서 새 정권이 탄생하기 이전엔 해빙의 묘수가 어려울 것 같다.

북한 주민이 마지막 변수다. 카다피·무바라크 등 독재 권력의 노예가 시위대·반군을 거쳐 유권자로 변화하는 게 시대의 흐름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와 자유, 인권은 어떤 권력의 세뇌(洗腦)에도 소멸하지 않을 인간의 본성이다. 식량 부족 610만 명. 100만 대의 북한 휴대전화. ‘불만의 전파(傳播)’를 27세 청년이 어떻게 관리해 갈지가 궁금해진다.

국장(國葬)을 치른 북한보다 더 시끄러운 건 한국이다. 11인의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박근혜)를 둘러싼 ‘완장’ 논란 말이다. 167석의 공룡 정당이 ‘재창당’을 외치는 6인의 외부 영입위원들 밑에서 쩔쩔매고 있다. 위원들은 대통령 최측근 이재오 의원의 총선 불출마, 대통령 형인 이상득 의원의 자진 탈당을 압박하고 있다. 박 위원장과는 교감하지 않은 얘기라지만 ‘차도살인(借刀殺人)’이란 반발이 자연스럽다. 한나라당의 고난은 어찌 보면 업보다. ‘안락한 보수주의’ ‘냉전시대 사고’ ‘뒤죽박죽 정체성’ ‘유권자와의 분리, 소통 단절’ 등…. 정당 민주화에 게을렀던 그들의 권력을 주인이 회수해 간 것이다.

주목할 건 한나라당 비대위 좌장 격인 김종인 위원의 목소리다. 보수정권의 본질을 가격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친서민·공정사회를 말로만 떠들고 있다”는 게 일성이었다. 복지 확대 등 점차 왼쪽으로 옮겨 가는 박근혜 위원장과 코드를 맞춰 ‘경제는 진보’인 그가 내놓을 대안을 눈여겨봐 할 것 같다.

북한의 격변으로 새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리더십이 어떻게 달라질지는 대선 정국 전반의 새 변수다. 위기 관리 역량 점수의 가중치가 한껏 높아졌기 때문이다. 중앙일보의 지난주 여론조사로는 ‘남북 위기상황 대응’을 잘할 후보로 박근혜 22.5%, 안철수 7.2%로 큰 격차가 나타났다. 참신함과 경험 부재라는 모순 속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북한 전문가에게 과외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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