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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새 출발하는 이들의 소망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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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눈밭에 복수초가 피었다. 차디찬 눈 속에서 어떻게 꽃을 피워 냈을까? 소중한 꿈을 향한 뜨거운 열정. 새해에는 나의 복수초를 피워 보자. [안성식 기자]

임진(壬辰)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60년 만에 돌아오는 ‘흑룡의 해’라고도 합니다. 천간(天干)의 아홉 번째 글자인 임(壬)이 물과 검은색을 상징한다고 하네요. 임진년을 맞아 거리에서 결혼과 취업, 대학과 초등학교 입학, 입대를 앞둔 우리 이웃들을 만나봤습니다. “일도 많고 쉽지 않았던 2011년이었다. 새해에도 구불구불한 길이 이어지겠지만 용처럼 날아오르겠다.” 2011년을 뒤로한 채 용틀임 같은 희망을 찾기 위해 달릴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삶 180도 확 바꿔야죠, 신부 후회하지 않게

이달 결혼 남호형·최호진씨

▶남호형(30·증권회사·서울 동작구·1월 14일 결혼), 최호진(25·여·광고회사)

 (남호형) 드디어 결혼합니다. 이제 보름밖에 남지 않았네요. 지난해 2월 결혼 준비를 시작했는데 정말 꿈만 같아요.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상견례를 했던 일, 프러포즈하려고 두 달 동안 음악학원을 다니며 피아노와 노래를 배우던 일이 모두 특별한 추억으로 남겠죠. 결혼으로 인생의 동반자를 만났으니 180도 다른 자세와 각오로 살겠습니다. 한순간도 후회하지 않게 해주겠다는 신부와의 약속을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참, 새해부터는 담배도 끊겠습니다. 결혼 첫해이니까 서로 사소한 말다툼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최호진) 처음 신랑을 만났을 때는 긴장해 파스타가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몰랐어요. 이해심도 많고 너그러운 신랑을 만나 평생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올해는 양가 부모님께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물론 직장 일도 소홀히 하지 말아야겠지요.

76세에 대학생 돼요 … 제 얘기 책도 내야죠

영남대 입학하는 안목단 할머니

▶안목단(76·미망인 모자복지회 대표·대구시 달성군·2월 영남대 국문과 입학 예정)

 저, 올해 대학 가요.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항상 1등을 놓치지 않은 모범생이었지요. 중학교에 원서를 낸 뒤 곧바로 한국전쟁이 터져 학업을 중단해야 했습니다. 1956년 육군 소령과 결혼했지만 몇 년 뒤 남편이 군 작전 중 순직했어요. 혼자서 아들과 두 딸을 키우면서 공부할 시간은 더욱 없었지요. 전투복 만드는 봉제공장을 운영하고 있어서 지금은 형편이 많이 나아졌어요. 자식을 키우고 나니까 다시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2008년 고등학교에 입학했고 올해 영남대 국문과에 입학합니다. 학교에서 책을 보면 참 마음이 편해져요. 나이에 비해 건강한 편이라서 책 보는 것도 불편하지 않고요. 파란만장한 제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는 것이 꿈입니다. 석·박사 공부도 계속 하고 싶습니다.

월급 타면 부모님 비행기 태워 드릴 것

취업 바늘구멍 뚫은 나승엽씨

▶나승엽(25·연세대 노어노문과·서울 관악구·1월 2일 농심 입사)

 취업하기 정말 쉽지 않더군요. 2012년에는 채용인원이 줄 것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조바심도 났었죠. 서류를 통과한 회사 첫 면접에서는 청심환을 먹었는데도 땀이 바짝바짝 나던데요. 결국 탈락했죠. 하지만 어때요, 뭐. 원서를 30번 넣어서 결국 취업에 성공했어요. 이제 회사에서 멋지게 출발할 겁니다. 정말 해보고 싶었던 해외영업을 맡았습니다. 갈고닦은 러시아어를 활용해 볼 겁니다. 신입사원인 만큼 항상 배우려는 자세로 일해야죠. 벌써 해외영업과 관련된 책도 엄청 많이 샀어요. 월급으로 뭐할까요? 비밀인데요. 부모님 여행을 보내드리려고요. 비행기 티켓 끊어드리고 효도도 좀 해야죠. 아버지께서 올해 정년퇴직합니다. 제가 올해 취업을 해서 홀가분하게 정년을 맞으시는 것 같아요. 취업준비생들, 2012년에는 다들 대박 나시길 바랍니다.

학교 가면 아빠·엄마 그려 자랑할 거예요

초등학생 되는 황재희양

▶황재희(6·유치원생·대구시 북구·3월 대구 대동초 입학 예정)·황세환(40·택배업)·이윤희(30·여)

 (황재희) 크리스마스 때 산타 할아버지가 크레파스를 줬어요. 저는 그림 엄청 좋아해요. 진짜 잘 그려요. 엄마가 이제 초등학교에 들어가니까 앞으로 어린이집 선생님이랑 못 볼 거라고 해서 울었어요. 오빠랑 같은 초등학교에 다니게 됐어요. 오빠가 책가방 메고 학교 가는 게 부러웠는데…. 나도 이제 학교 가서 좋아요. 어린이집 친구들도 같이 학교 간대요. 요즘 너무 추운데 빨리 따뜻해져 학교 갔으면 좋겠어요. 학교에서 크레파스로 엄마·아빠·오빠 그림 그려서 자랑할 거예요.

 (이윤희) 지난봄 재희가 도로를 건너다 교통사고가 났어요. 그땐 정말 아찔했지만 다행히 크게 다치진 않았죠. 맞벌이를 하다 보니 엄마들 모임에 나가지 못해 학원이 어디가 좋은지도 몰라요. 지난 연말 학교 왕따사건을 보면서 걱정이 많이 돼요. 학교에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 새해부터 학교에선 주 5일제를 한다는데 주말에도 아이를 돌봐줄 곳이 있었으면 해요.

기왕 가는 군대 당당하게 … 멋진 추억 남길 것

해병대 입대 앞둔 한주영씨

▶한주영(26·서울 서초구·1월 16일 해병대 입대)

 왜 갑자기 해병대에 가느냐고들 묻더군요.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사망했는데…. 하나도 걱정이 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고요. 그래도 기왕 군에 가는 것, 당당하고 멋지게 해야죠. 사실 제 인생은 도전의 연속이었어요. 미국 대학의 수의학과로 진학했다가 사진이 너무 좋아 학교를 그만뒀습니다. 그리고 무작정 사진학교로 갔어요. 월급을 받지 않고 사진작가 밑에서 일도 해봤어요. 유학생활 동안 접시닦이·식당 웨이터·나이트클럽 웨이터까지 하며 나름 산전수전 겪었죠. 해병대도 저에겐 찐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남자라면 한번 가볼 만한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해병대에 아는 사람요? 현빈밖에 없어요. 같이 근무라도 하게 되면 친해지고 싶어요. 아버지·어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새해에 정말 멋진 해병이 될 테니까요.

정원엽·위문희·한영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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