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중국인 노동자 피와 눈물 스민 미 대륙 횡단철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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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강철혁명
데보라 캐드버리 지음
박신현 옮김, 생각의나무
352쪽, 1만5000원

산업혁명 이후 인류의 걸작으로 칭송되는 강철의 구조물들. 투자자의 손실, 수많은 노동자의 희생 위에 세워지지 않은 게 몇이나 될까.

 미국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이 ‘미친 유다’로 불렸던 토목기사 테오도르 유다를 만나면서 나라를 하나로 만드는 지름길로 택했던 대륙횡단 철도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건설 당시 10t 넘는 중국인 유해가 바다 건너 중국으로 보내졌다는 슬픈 얘기가 전해진다. 정말 그리 많았는지는 따져볼 일이지만 그 시절 철도 공사판에서 죽은 중국인이 많았던 것만은 틀림 없는 사실이다. 눈을 본 적 없던 중국 남부 출신 인부들은 눈 덮인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협곡에서 화약을 터뜨리며 철길을 뚫어야 했다. 그들은 고통을 잊기 위해 아편에도 의존했다.

 위대한 철 구조물은 고통과 희생의 결정체다. 세계 7대 구조물의 산고(産苦)를 다룬 『강철혁명』은 그걸 입증이라도 하듯 건설과정의 난관과 도전을 꼼꼼히 그려냈다.

 ‘파나마 운하’ 편에서는 뜻밖의 방해자가 출현한다. 모기다. 이집트모기는 황열병을, 학질모기는 말라리아를 각각 옮기며 운하 건설 인부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80㎞ 남짓한 운하 건설에 2만5000여 명이 질병과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그나마 35년 걸려 1914년 완공됐지만 제1차 세계대전 발발 뉴스에 가려 주목 받지도 못했다. 하지만 운하는 지금도 수에즈 운하와 더불어 시간단축의 타임머신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런던을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하수도는 콜레라와의 전쟁이 낳은 부산물이다. 1849년 말 런던에서만 1만4000명이 콜레라에 희생됐다. 그 원인과 대책을 찾아야 했다. 결국 병균이 섞인 오염수가 식수까지 더럽히고, 시민들이 그걸 마시는 것이 문제라는 걸 알아냈다. 하수도 공사가 답이었다. 공사를 맡은 조지프 바잘게트가 콜레라로부터 런던을 구한 인물로 불리는 이유다.

 BBC방송의 프로듀서로 일하는 저자 데보라 캐드버리는 다큐드라마 시리즈 ‘산업혁명시대의 7가지 위대한 건축물’을 제작하면서 이 책을 썼다. 50분짜리 영상에 담을 수 없었던 깊고 자세한 내용을 소개했다. 벨록 등대·후버 댐·브루클린 다리 등도 다뤘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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