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에 금이 간 금 … 한달 만에 11% 추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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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금값 10년 상승이 이렇게 막을 내리는 것인가. 국제 금값이 떨어지는 모양새가 가파르다. 최근 6일 연속 미끄러졌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과 영국 상품거래소에선 온스(31.1g)당 1545달러 선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6개월 사이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금값 하락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지난달 내내 약세를 보였다. 한 달 동안 11% 정도 추락했다.

로이터 통신은 상품 전문가의 말을 빌려 “금값이 최고치에서 20% 정도 떨어졌다”며 “이른바 ‘침체 국면(Bear Market)’의 초입에 들어섰다”고 보도했다.

 일반적으로 자산 가격이 20% 정도 떨어지면 시장은 상승 에너지가 한풀 꺾인다. 투자자의 심리는 기대에서 두려움이나 비관론으로 바뀐다. 전문가들이 금값이 갈림길에 들어섰다고 보는 까닭이다.

 세계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화근이었다. 이날 이탈리아 정부가 자금 조달에 실패했다. 국채 85억 유로(약 13조1750억원)어치를 팔려고 했으나 70억 유로(약 10조8000억원)어치만이 팔려나갔다. 금리 수준은 한 달 전 입찰 때보단 낮아졌지만 여전히 위험수위인 연 7% 언저리였다.

또 유럽 시중은행이 자금을 움켜쥐고 빌려주지 않고 있는 것도 확인됐다.

최근 1주일 새 유럽중앙은행(ECB)이 5000억 유로(약 775조원)를 시중은행에 공급했다. 하지만 은행은 국채 부도를 두려워하며 그 돈을 고스란히 ECB에 예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용경색에 놀란 상품시장 참여자는 금을 팔아치워 달러 챙기기에 급급했다. 이날 금 매도공세 여파로 은값도 온스당 27달러 선으로 미끄러졌다. 최근 13개월 사이 최저 수준이다.

 금 시장에서 소외된 소액투자자가 대거 뛰어들어 올 4월 은값은 역사상 최고 수준인 온스당 48달러를 넘어섰다. 하지만 5월 급락 이후 회복하지 못해 은 투자자의 올 수익률은 마이너스로 마감됐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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