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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사라질 날 멀지 않았다

중앙일보

입력

아직도 DVD가 뭔지 갸우뚱하다면 신촌 등지의 ‘DVD 체험관’에 한 번쯤 들러보길 권한다. 깨끗하고 실감나는 디지털 영상과 입체 음향이 영화관을 방불케 하는 감동을 줄 것이다.

4가지 버전 ‘블레이드러너’ 한 번에 본다

리들리 스코트 감독의 영화 ‘블레이드러너’는 1982년 처음 제작되었을 때 상업성을 이유로 제작사로부터 여러 가지 제약을 받았다. 영화의 암울하고 모호한 결말이 문제가 되었던 것이다. 결국 자신의 의도와 달리 엔딩 부분이 수정되어 개봉되자 스코트 감독은 자신이 원하던 내용대로 영화를 다시 편집해 출시했다. 그래서 ‘블레이드러너’는 극장판과 감독판을 비롯, 무려 4가지의 버전이 존재하는 특이한 영화 중의 하나가 되었다.

당신이 진정한 영화광이라면 이 4가지 버전을 모두 즐기고 싶어할지 모른다. 또 그렇다면 LD(Laser Disc)를 구입할 것인지 비디오 테이프를 살 것인지의 고민에 빠지게 될 것이다. 어떤 것을 구입하든지 4가지 버전을 모두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의 재주꾼’ DVD(Digital Versatile Disc, 또는 Digital Video Disc)는 이런 문제를 말끔히 해결해 준다. DVD는 크기와 모양은 일반 CD와 비슷하다. 하지만 저장 용량은 4.7GB로 일반 CD(6백50MB)의 7배 이상이다. 따라서 여러 가지 영화를 한꺼번에 저장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블레이드러너’와 같이 여러 가지 버전이 존재하는 영화를 한 디스크 내에서 선택적으로 볼 수 있는 기능까지도 제공한다.

DVD는 개발할 때부터 많은 영화사가 관심을 가진 만큼 영상물을 담는데 최적화 되어 있다. 따라서 DVD의 최대 강점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역시 고품격의 화질과 음향. 레코드판 크기의 LD(Laser Disc)나 MPEG-I 방식을 사용하던 비디오 CD와 달리 MPEG-II 방식을 사용하는 DVD는 이전까지 구현하지 못했던 고화질을 실현했다. 사운드는 돌비 디지털 방식으로, 2채널을 사용하는 스테레오 방식보다 월등히 많은 5.1채널(앞뒤 스피커용 5채널과 우퍼용 0.1채널)을 사용하여 입체적인 음향을 들려준다.

DVD를 읽을 수 있는 장비로는 TV에 바로 연결하여 사용할 수 있는 DVD플레이어와 컴퓨터에 장착하여 사용하는 DVD-ROM 드라이브가 있다. 일반 DVD플레이어가 독립된 AV장비로 분류되어 40만∼60만원대의 고가 장비인 것에 비하면 PC에 장착해 사용하는 DVD-ROM 드라이브는 10만∼20만원 정도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이다. 또 일반 음악 CD나 비디오 CD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편의성을 가지고 있다. 또 기존의 CD-ROM을 대체하고도 남는 고용량의 저장 매체로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그 활용 범위는 매우 넓다.

이런 훌륭한 기능과 장점에도 불구하고 DVD는 생각보다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또 DVD는 아직 대여해주는 곳이 많지 않고, 영화광이라 하더라도 선뜻 구입하기에는 조금 고가다. 이런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주기라도 하는 것일까. 최근 들어 국내 DVD 공급사인 스타맥스를 비롯, 채널인텔리전스플랜, 아이링크커뮤니케이션 등 영상 서비스 업체들이 기존의 비디오방을 대체하는 이른바 ‘디지털 영상 체험관’을 속속 개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올해 안으로 전국에 3백여 개의 디지털 비디오방이 개설돼 본격적인 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라고 한다. 영화광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들 ‘디지털 비디오방’들은 오프라인에서의 영업 활동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의 VOD(Video On Demand, 주문형 비디오) 분야와 영화 콘텐츠 사업 분야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혀 기대가 된다.

아직도 DVD를 아느냐고 물어보았을 때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라면, 신촌 등지의 대학가를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는 ‘DVD 체험관’에 한 번쯤 들러볼 일이다. 깨끗하고 실감나는 디지털 영상과 입체 음향이 영화관을 방불케 하는 감동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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