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아래 새것 없다'…고전 다시 읽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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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ins.com 오현아 기자

샤갈의 마을에는 눈이 내리고, 사탄의 마을에는 비가 내리고. 햇빛 내리쬐는 이대 후문 육교를 올라가며 소설가 박상우 님의 가슴에는 어떤 작품이 내렸을까 생각한다. 늦은 밤, '내 마음의 옥탑방'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떠올렸을 작품, 아니면 뭉크의 그림에서처럼 '절규'하면서 읽었을 작품.

박상우 님은 이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까뮈의〈이방인〉과〈시지프의 신화〉를 수도 없이 읽었다고 한다. '관성으로 세상을 견디는 시지프들의 세계에 안주하지 않고 반항하는 이방인'으로 남고 싶기 때문일까. 〈21세기@고전에서 배운다〉(하늘연못 펴냄)를 읽어보면 그이가 이 두 작품에 왜 그렇게 매료되었는지 단박에 알 수 있다고.

〈21세기@고전에서 배운다〉는 소설가ㆍ시인 등 문인 1백83명의 독서 에세이를 모은 책. 문인들을 문학의 망망대해로 몰아대 가차없이 채찔질한 3백96권의 고전이 경험담과 함께 소개된다. 오정희, 이인화, 성석제, 윤대녕 등 국내의 내로라 하는 작가들을 거의 다 만나볼 수 있다.

"왜 고전이냐구요? 아무리 빨리 변하는 세상이라고 해도 '인간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원형적인 질문은 유효하다고 생각해요. 가치관의 혼란을 겪는 때일수록 삶의 의미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죠. 인생의 가치를 재음미할 수 있는 방법론으로 '고전 다시 읽기'를 제시하는 거에요. 새로움이라는 게 어차피 고전에서 출발해서 조금씩 변주ㆍ확장되는 거잖아요."

박상우 님은 이 고전의 세계에 기꺼이 동참하라고, 이 3백96권의 책 중에서 한 권이라도 곁에 두고 읽어 보라고 권한다. '몇 십 년 후 자신과 함께 한 책이 한 권도 없다면 인생이 얼마나 쓸쓸할지 아느냐'고 물어보는 듯 하다.

박상우 님은 요즘 소설가들 홈페이지 '노벨하우스'(http://novelhouse.or.kr)를 꾸려가느라 정신이 없다. 인터넷 뿐 아니라 e-Book 등 '최첨단'에도 관심이 많은 그이가 권하는 고전은 그래서 더욱 큰 의미로 다가온다.

"이미 있었던 것이 후에도 다시 있겠고, 이미 한 일을 후에도 다시 할지라. 해 아래 새것이 없나니 무엇을 가리켜 이르기를 '보라 이것이 새것이라' 할 것이 있으랴. 우리 오래 전 세대에도 있었느니라."(전도서 1장)

문학을, 아니 인생을 알려면 고전을 보라.

▶이 글에서 이야기한 책들
*21세기@고전에서 배운다 1ㆍ2
*이방인
*시지프의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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