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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이 문제] 아산 ‘인재육성반’ 사업 중단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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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면

“연·고대 이상 나온 교사가 몇이나 됩니까?” 올 봄 아산시의 ‘인재육성반’ 운영계획을 반대하는 한 고등학교 교사가 아산시청 공무원에게 들었다는 말이다. 이 교사는 “지방대학 나온 교사는 믿을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심한 허탈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아산시는 지난 3월부터 상위 1% 성적 우수자(중3~고2)들을 따로 불러 모아 과외 공부를 시키고 있다. 인재육성반이라 이름 붙여진 이 사업에는 7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사업예산의 대부분은 외부에서 초빙한 학원 강사들 인건비로 나갔다.

아산시는 성적 우수학생들이 천안 등 외지 학교로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을 극복해야 지역 발전을 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공교육을 무시하고 학교 교사들을 믿지 못하는 잘못된 편견이 인재육성반 탄생의 배경이라는 것이 교육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실제로 올 초 아산시가 인재육성반을 운영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교원단체는 물론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강하게 반발했다. 시민단체가 벌인 여론조사에서도 교사 상당수(64.5%)가 인재육성반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치단체가 나서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산시는 사업을 강행했다.

이렇게 시작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인재육성반은 결국, 운영 1년 만에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최근 아산시의회는 시가 올린 내년도 인재육성반 사업예산 8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김진구 시의원(총무복지위원장)이 교육과학기술부에 질의한 결과 ‘일주일에 하루(토요일) 특정학생을 모아 놓고 하는 수업은 학교 교육과정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 같은 교과부의 회신은 아산시가 인재육성반에 교육경비를 보조하는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으로 받아들여져 예산 삭감의 결정적인 명분으로 작용했다.

학생들의 저조한 참여율도 예산 삭감의 빌미가 됐다. 지난 10월 이기애 시의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인재육성반 참여하고 있는 중3 학생들의 출석률이 78%에 불과했다. 대상학생의 80%가 출석하지 않은 날도 있었다. 성적도 크게 오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이유로 인재육성반 사업 예산이 전액 삭감되자 아산시 해당 부서장인 A 과장이 사표를 제출하는 등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아산시는 내년 봄 다시 사업예산을 세워 여름방학부터 인재육성반 수업을 이어 가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선학교 운영위원회나 학교장의 재가 등 절차상 문제만 해결하면 기본 틀을 그대로 유지하고도 합법적인 예산지원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아산시 관계자는 “외지학교로 나가는 성적 우수학생들의 발길을 돌리게 할 유인 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온양여고 윤종진 교사는 “인재육성반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들의 참여율이나 호응도가 왜 저조한지 따져 봐야 한다. 학생들의 수준이나 성향은 누구 보다 재학 중인 학교 선생님이 잘 알고 있다. 8억원이나 되는 예산을 개별 학교에 지원한다면 보다 많은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프로그램을 제공 할 수 있다. 명문대학에 몇 명 갔는가도 중요하지만 전체 학력이 얼마나 향상되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시간을 갖고 일선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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