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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결핵균 잠복방법 밝혀져

중앙일보

입력

폐결핵균이 감염자의 면역력이 약화되는 기회를 기다리며 어떤 방법으로 잠복하는지가 규명됨으로써 폐결핵균을 잠복상태에서 박멸할 수 있는 전혀 새로운 약을 개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미국 록펠러대학, 워싱턴대학 의과대학, 알버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 텍사스대학의 공동연구팀은 과학전문지 네이처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폐결핵균이 잠복할 때는 면역체계가 폐결핵균에 변화를 일으켜 섭취하는 영양소를 탄수화물에서 지방산으로 바꾸며 폐결핵균이 잠복기에도 감염력을 유지하려면 이러한 대사(代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록펠러대학의 존 매키니 박사는 따라서 폐결핵균의 이러한 대사전환 능력을 차단할 수 있으면 잠복중인 폐결핵균을 깨끗히 제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키니 박사는 이 대사전환 과정에는 이소시트레이트 리아제(ICL)라는 효소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사실도 알아냈다고 밝히고 ICL을 만드는 유전자를 제거한 폐결핵균을 쥐에 감염시킨 결과 쥐의 면역체계가 잠복기에도 폐결핵균을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매키니 박사는 ICL을 차단하는 약을 개발하면 잠복중인 폐결핵균을 죽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이러한 약은 폐결핵균의 생존에 필요한 과정을 공격목표로 하기 때문에 재래식 폐결핵 치료제와는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세계인구의 거의3분의 1이 폐결핵균에 감염돼 매년 200만명이 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폐결핵균의 특징은 사람이 공기중의 폐결핵균을 흡입해 폐가 감염되면 면역체계가 폐결핵균을 막아내지만 이를 죽이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폐결핵균은 감염후에도 병을 일으키지 않고 몇년씩 생존할 수 있다.

이 폐결핵균은 침입하는 박테리아를 찾아내 파괴하는 대식세포(大食細胞)라고 불리는 백혈구에 숨어 잠복하다가 에이즈, 당뇨병, 천식 등으로 면역체계가 약화되면 이 기회를 놓치지않고 활성화되면서 본격적인 폐결핵 증세를 발생시킨다.

폐결핵을 치료하는 약은 있지만 6개월에서 1년에 걸쳐 복잡한 방법으로 투여해야 하는데 많은 환자들이 완치되기도전에 투약을 중지한다. 투약을 중간에 그만두면 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폐결핵균 변종이 나타나기 때문에 치료가 더욱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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