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국야구 관계자들의 안이함

중앙일보

입력

프로야구는 왜 존재하는가? 그 정답은 '팬을 위해서'일 것이다. 헌데 최근 프로야구는 팬들의 철저한 외면을 받고 있다. 다시 말하면 나쁜 학점을 받은 학생으로 비유할 수 있는 것이다. 텅빈 관중석이 이를 증명한다.

그렇다면 그 이유를 곰곰이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그중 KBO와 구단 관계자들의 책임은 상당하다. 프로야구 판을 조율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혹자들은 경제사정이 그 원인일 것이라고 말한다. 일리는 있는 말이다. 허나 경제공황이던 1930년대 미국프로야구는 큰 위기를 걱정했지만 그 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야구팬들이 도리어 직장을 잃어버리고 야구장을 가득 채운 것.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 확대된 저변이 바탕에 있는 이상 야구장은 가득찰 수 있다. 97년말 IMF사태로 각 구단에도 여파가 미쳤다. 하지만 99시즌 이승엽의 홈런기록 경신이라는 화제 앞에 관중은 증가했다.

눈을 돌려보자. 80년대 중반 UIP를 통해 미국영화가 직배될 때 한국영화인들은 직수입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에 뱀을 풀어 넣었다. 제도적인 장치로 보호받기를 원했던 것이다. 막대한 자본을 투입한 외화에 눈이 익은 관객들이 한국영화를 돈주고 볼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야구는 그런 저항조차도 필요없었고 필요성조차 느끼지 않는 무사안일이 파고든 사이 박찬호-선동열이 미국과 일본으로 진출해 큰 활약을 보이며 수준 높은 야구는 적나라하게 공개되었다. 그리고 한국야구는 그 비교대상이 되고 말았다. 비교우위를 보이는 미국과 일본의 야구앞에 KBO와 각 구단의 관계자들은 어떤 대안을 제시했는지 묻고 싶다.

한국프로야구 출범 19년째인 2000년. 물론 원년과 비교해 각분야에서 많은 변화와 발전이 있었다. 하지만 그 변화가 수동적 변화이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남아있다.

스타는 팬들의 가슴속에서 흐릿해지고 경기는 기록에만 의식한 채 재미를 잃고, 제도나 여건은 앞을 보고 갈 수 없는 그런 상황에서 우리는 또 제2의 이승엽을 기다려야만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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